-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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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64 박영희 [corenelia] 스크랩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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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마태 7,21-29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값’에 기대어, 그분의 권위를 내세우며 일을 한다고 해서, 심지어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다고 해도,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 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종종 고해성사 중에 자신이 하느님과 어떤 일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하느님 앞에서 한 약속은 물론 지켜야 하지만 그 약속이 나 혼자만의 약속이라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과 의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그걸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중요한 건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고, 아는만큼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한 나의 노력이 유혹과 박해라는 거센 풍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반석’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마치면 됩니다. 사랑과 관심으로 이웃을 지켜보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형제의 슬픔과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의 십자가를 함께 지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을 기쁘게 나누면 됩니다. 당장 이득이 되는 것이나 즐거움을 주는 것을 찾기보다, 정말 소중하고 귀한 것을 하기 위해 먼저, 기꺼이 시간을 내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물가에 심은 나무처럼 늘 생기가 돌고,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그것을 극복할 지혜와 용기를 지니게 되지요.
그러나 그 반대의 모습으로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보다 내 뜻을 먼저 찾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치 앞도 알지 못하는 부족하고 약한 내가 하는 일이 계획대로, 뜻대로 될 리가 없지요. 작은 변수에도 삶이 통째로 흔들리고, 유혹과 박해의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여 실망과 좌절 속에 넘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실망과 좌절은 거대한 ‘모래 늪’으로 변해 나를 집어 삼켜 버리지요.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됩니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이용하려 들면 그렇게 됩니다. 남을 평가하고 비난하며 뒷담화 하는 게 취미라면 그렇게 됩니다.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뤄두고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들면 그렇게 됩니다.
그러니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부르며 그분께 대한 신앙을 고백했다면, 내가 내뱉은 그 말대로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예수님을 ‘주님’이라 불렀다면 내가 그분의 뜻에 철저히 순명하며 따라야 하는 ‘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종 노릇 하기 싫다며 그분 뜻을 따르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 ‘위선자’가 되는데 우리 주님은 위선자를 제일 싫어하시지요. 그러니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하며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찾아야겠습니다. 그렇게 깨닫고 아는 만큼 나중으로 미루거나 핑계를 대지 말고 지금 즉시 실천해야겠습니다. 나는 너무나 부족하고 약하지만, 믿음과 실천으로 내 바위이신 주님 위에 올라선다면 구원과 참된 행복이 멀리 있지 않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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