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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6년 5월 18일 (월)부활 제7주간 월요일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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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부활 제7주간 화요일

18966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6:15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작은 어머님께서 사브레 과자를 사 주셨습니다. 둥근 통을 열면 고소한 향이 퍼졌고, 하나씩 꺼내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았습니다.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를 먹던 제게는 참으로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반쯤 먹고 나면 이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곧 다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남은 과자를 아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걱정 속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이미 다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허전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마음을 자주 경험합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이별을 슬퍼합니다.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득선수실(未得先愁失), 당환이작비(當歡已作悲)” 아직 얻지도 않았는데 잃을 것을 먼저 걱정하고, 기뻐해야 할 순간에 이미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20242월에 이곳 달라스에 왔고, 임기가 5년이니 이제 3년 정도가 남았습니다. 어떤 분은 아직 3년이나 남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어떤 분은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시간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느낍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보면, 이 모든 시간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은총의 시간입니다. 오고 감도, 만남과 이별도 모두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두려워합니다. 소중하기 때문에 잃을까 걱정합니다. 그 마음 자체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걱정이 지금의 기쁨까지 빼앗아 버린다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꽃은 언젠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금 피어 있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음악도 끝이 있기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지금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에 기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계시면서 다가올 이별을 두려움으로 채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함께 걷고, 함께 식사하시고, 함께 기도하시며 지금의 사랑을 충만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영원한 생명을 시간의 연장으로 생각합니다. 끝없이 오래 사는 것, 늙지 않는 것, 죽지 않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은 지금 여기에서시작되는 삶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삶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은 과거에 대한 후회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삶은 생명이 아니라 묶여 있는 삶입니다. 또한 영원한 생명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걱정하며 사는 삶은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 불안한 삶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오직 지금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님을 알고, 지금, 이 순간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그 삶을 보여 줍니다. 그는 앞으로 투옥과 환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를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의 두려움이 아니라, 지금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이미 영원한 생명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을 흘려보낼 것입니까 아니면 하느님께서 주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며 사랑을 완성할 것입니까 이 시간은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완성하는 시간입니다. 지금 함께 있다는 것, 지금 웃을 수 있다는 것, 지금 기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미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사제인 저에게도 같은 질문이 주어집니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남은 시간을 계산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사제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우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과거는 지나갔기에 맡겨 드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맡겨 드리며, 오늘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 그것이 바로 영원한 생명을 사는 길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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