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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함승수 신부님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

192717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2026-10-28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 루카 6,12-19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 가운데에서 열 둘을 따로 뽑으십니다. 그들에게 특별한 ‘소명'(召命)을 맡기시기 위함입니다. 소명이라는 말은 ‘생명을 요구하신다'는 뜻입니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내 일부가 아니라 내 ‘전부’를 당신께 내어드리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저 어떤 ‘일'을 하라고 부르신 거였다면 ‘사명'(使命)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걸맞는 자질,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를 골라서 뽑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사람은 눈에 보이는 일의 결과에만 신경쓰며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살았겠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바라신 것은 사명이 아니라 소명이었기에, 뽑힌 이가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하며 그분 뜻을 따르면 하느님께서 놀라운 능력으로 그를 통해 당신 뜻을 이루실 것을 아셨기에, 밤을 새가며 바친 치열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묻고 또 물으며 그분께서 원하시는 이를 뽑으신 겁니다. 그렇게 뽑힌 사도들은 부족함 투성이였지만 주님을 믿고 순명함으로써, 하느님으로부터 충만한 은총을 받아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함께 기억하는 성 시몬 사도와 성 유다 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열혈당원'으로 불리던 시몬은 로마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투쟁하던 무장세력의 일원이었습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그는 열심히 독립운동을 하던 중에 나병에 걸렸는데, 예수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총을 입은 이후 그분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유다는 알패오의 아들로써, 열 두 사도에 속해있던 야고보와 형제관계였고 예수님과는 친척관계였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이 두분의 축일을 함께 지내는 것은 두분 모두 예수님의 친척이었으며, 같이 선교를 떠나 함께 순교했다는 전승에 기인합니다. 이 전승이 사실이라면 두 분이 사도가 된 것은 다른 제자들이 사도가 된 것과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지요.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매이지 않고 혈연을 넘어서서 주님의 ‘참 가족’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어린 시절 함께 지낸 사촌형제 예수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임을 받아들이기까지, 사촌지간이라는 인간적 관계를 끊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새로 맺어진 ‘형제'가 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그들을 이끌어주셨기에, 그들이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고 순명했기에 그분의 크신 은총 안에서 새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두 사도의 ‘거듭남’에 대해 묵상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신앙생활하는 나는 믿음과 순명으로 새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로서 살아가고 있는지요? 나와 같은 믿음을 지니고 같은 공동체에서 함께 하는 이들을 하느님께서 ‘신연’(神緣)으로 맺어주신 형제, 자매로 받아들여 사랑하고 있는지요? 혹여 아직도 ‘인연’(人緣)에 묶이고 집착하며 인간적인 기준으로 다른 이를 판단하거나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하느님 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바란다면 어서 빨리 주님의 사도로, 하느님 자녀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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