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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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세검정 [skj01] 200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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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임마! 좀 쉬면서 해라!"
"신자들 괜히 괴롭히지 말고, 니가 좀 빠져도 다 돌아가게 되있어..."
가끔 동창신부들로부터 듣는 농담반 진담반 충고이다.
봉사자들로부터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신부님, 행사가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힘들어요."
"신부님은 이벤트 신부님 이신가봐!"
이럴 때마다 무엇이 그리 힘든가 하는 반문을 하면서도 한편 자신을 성찰해보기도 한다.
"정말 나 때문에 교우를 힘들게하거나 상처를 준 적은 없는가?"
"주님을 위해서 한다고 하면서 나의 욕심이 지나치지는 않았는가?"
"주님께 영광을 드린다고 하면서 현실적인 성과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았는가?"
이런 성찰과 함께 천주 십계중의 두 번째 계명이 떠오른다.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물론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헛되이 한적은 없겠지만, 나의 마음의 그릇에 다른 욕심이나 현실적인 바람이 가득 담겨져 있을 때, 그 결과는 주님이 주시는 평화 보다는 미움과 실망이었다는 것을 보게된다.
가끔 이런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저는 누가 미워서 성당에 나오기가 싫어집니다."
물론 사람 때문에 성당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많은 교우들에게 공적으로 들어나는 사제는 더욱 그러하다. 나의 마음과 생각의 그릇에 하느님의 가치관이 가득 담겨져 있어야 한다. 다른 것이 나의 그릇을 가득채우고 있을 때, 그런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고 상처를 줄 수 있다. 바로 그것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라는 의미가 아닐까?
교회는 전례력을 마무리 하면서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낸다. 그리스도 왕 축일 지내면서 들은 복음(루가23,35-43)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겸손된 모습으로 주님의 도움을 청하는 우도의 모습에 시선을 모아 보자!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루가23,42)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겸손되고 작은 모습이 드리워져 있다. 십자가의 비참한 예수님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많은 사람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주님이 보여주신 복음적인 가치관을 나의 마음과 생각의 그릇에 가득채우기 위해서 우도의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가르침의 근본 바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루가23,43)
이렇게 초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 또한 하느님의 구원의지 앞에 낮출대로 낮추인 모습이다.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루리하면서 나의 마음과 생각의 그릇에 어느 것으로 채워져 있나를 살펴보자!
01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검정마을에서 까망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