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왕기상]20장 1절 - 4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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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 김정화 [rhffhaqk] 200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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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하닷이 사마리아를 공격하다
시리아왕 벤하닷이 전군을 소집하였다. 지방의 영주 삼십 이 명과 기마병, 병거대를 이끌고 벤하닷은 사마리아로 올라 가 공격하였다. 2) 벤하닷은 사마리아성 안으로 사절을 보내어 이스라엘 왕 아합에게 말을 전하였다. "나 벤하닷이 말한다. 3) 그대의 은과 금은 나의 것이다. 그대의 아내와 아들들도 나의 것으로 삼는다." 4) 이스라엘왕이 회답을 보냈다. "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소신뿐 아니라 소신에게 있는 모든것이 왕의 것입니다." 5) 사절이 다시 와서 벤하닷의 말을 전하였다. "내가 저번에 그대에게 사람을 보낸 것은 그대의 금은과 왕비들과 왕자들을 나에게 보내라는 것이었다. 6) 내일 이맘때 나의 부하들을 보내어 그대의 집과 신하들의 집을 뒤져 값진 물건을 모두 가져오도록 할 터이니 그리 알라."
이스라엘 왕은 나라 안의 모든 원로들을 모아 놓고 의논하였다. "잘 생각해 보시오. 벤하닷이 일부러 들어 주기가 억울한 요구를 해 오고 있소. 왕비들과 왕자들을 요구하고, 또 금과 은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거절할 수 없게 되었소." 8) 모든 원로들과 백성들이 아뢰었다. "그의 말을 듣지 마시고 그의 요구를 거절하십시오." 9) 그리하여 그는 벤하닷의 사절에게 이렇게 답변을 주어 보냈다. "가서 왕께 전하여라. ’당신이 처음 요구한 것은 모두 들어 주겠으나 이번의 요구는 거절합니다.’" 사절은 돌아 가 그대로 보고하였다. 10) 그러자 벤하닷은 다시 전갈을 보냈다. "내가 사마리아를 온동 잿더미로 만들어 한 줌 먼지도 남지 않게 하겠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천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도 받으리라." 11) 이스라엘 왕이 대답을 보냈다. "네 왕에게 이 말을 명심하라고 하여라. ’싸워 보지도 아니하고 으스대며 갑옷을 벗지말라.’"
벤하닷이 지방 영주들과 막사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사절이 와서 그대로 전하였다. 그는 즉각 사마리아성을 공격하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성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의 승리
그러는데 한 예언자가 이스라엘의 왕 아합을 찾아 와서 말하였다.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보다시피 적군이 벌떼처럼 몰려오고 있다. 오늘 내가 그들을 너의 손에 붙이리니 너는 내가 바로 야훼임을 알게 되리라?" 14) "누구의 손으로 말씀입니까?"하고 아합왕이 묻자 예언자가 대답하였다. "야훼께서 말씀하십니다. ’지방장관들의 부하군인들을 내세워라.’" 아합이 다시 "진두에는 누가 설 것입니까?"하고 묻자 "네가 서라"하고 예언자가 대답하였다. 15) 그리하여 아합이 지방장관의 부하군인들을 점호하니 모두 이백 삼십 이 명이었다. 다음으로 이스라엘 전군을 점호하니 칠천 명이었다. 16) 그들은 정오에 공격을 시작하였다. 한편 벤하닷은 지방 영주 삼십 이 명과 함께 여전히 막사에서 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17) 지방장관의 부하군인들이 먼저 공격을 시작하였다. 한 무리를 이룬 군대가 사마리아에서 나오고 있다는 정보가 벤하닷에게 전해졌다. 18) 그는 "그들이 화친을 교섭하러 오는 자이든 전투병이든 가리지 말고 무조건 사로잡아라"하고 명령을 내렸다. 19) 지방장관의 부하군인이 앞장서고 그 뒤를 이어 정규군이 짓쳐 나가며 20) 적병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마침내 패하여 도망하는 시리아군을 이스라엘군이 추격하였다. 시리아 왕 벤하닷은 말에 올라 기마병과 함께 도망하였다. 21) 이렇게 이스라엘 왕은 시리아군을 마구 짓부수고 말과 병거를 노획하였다.
그 예언자가 다시 이스라엘 왕에게 와서 말하였다. "임금께서는 마음을 든든히 잡수시고 심사숙고하십시오. 새해가 되면 시리아 왕이 다시 쳐들어 옵니다."
시리아 왕의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그들의 신은 산신입니다. 이것이 이번에 우리가 패전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평지에서 싸우면 반드시 우리가 이길 것입니다. 24) 이렇게 하시는 것이 좋을 줄로 아룁니다. 지방 영주들을 물러 앉히고 그 자리에 전투 지휘관들을 임명, 배치하십시오. 25) 이번 전쟁에서 잃은 병사와 군마, 병거를 보충하셔야 합니다. 그 후에 평지에서 싸운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신하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하였다.
해가 바뀌자 벤하닷은 시리아군을 총동원하여 이스라엘을 공격하려고 아벡으로 올라갔다. 27) 이스라엘군도 총동원되어 그들을 맞아 싸우러 나갔다. 그런데 시리아군은 온 벌판을 뒤덮었는데 그들 앞에 진을 친 이스라엘군은 마치 두 염소 떼 같았다. 28) 그 때 하느님의 사람이 이스라엘 왕에게 와서 말하였다.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시리아인들은 야훼가 산신이고 벌판의 신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이제 저 대군을 너의 손에 붙이리니, 너는 내가 바로 야훼임을 알게 되리라.’" 29) 양쪽 군대는 서로 마주보고 칠 일간 대진하고 있다가 이레째 되는 날에 드디어 싸움에 들어 갔다. 이스라엘군은 적군인 시리아의 보병을 그 하루 동안에 십만 명이나 죽였다. 30) 적의 패잔병들은 아벡성으로 후퇴하였는데 마침 성벽이 무너져 패잔병 중 이만 칠천 명이 깔려 죽었다. 벤하닷은 도망하여 성채 안 골방으로 들어 갔다. 31) 그 때 그의 신하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듣자니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은 신의를 지킨다고 합니다. 우리가 굵은 베옷을 허리에 걸치고 머리에 새끼줄을 감고 이스라엘왕에게 나가 보겠습니다. 혹시 그가 임금님은 살려 줄지도 모릅니다." 32) 그리하여 그들은 굵은 베옷을 허리에 걸치고 새끼줄을 머리에 감고 이스라엘 왕에게 가서 간청하였다. "대왕의 신하 벤하닷이 목숨을 살려 주시기를 빌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왕은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았단 말이냐? 그는 내 의형제이다"하고 말하였다. 33) 이 말을 듣자 그들은 일이 잘 되어 간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때를 놓칠세라 "네. 벤하닷은 대왕의 의형제입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왕이 명령을 내렸다. "가서 그를 데리고 오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벤하닷이 이스라엘 왕에게 나오자 아합왕은 그를 자기의 수레에 태웠다. 34) 벤하닷이 아합왕에게 말하였다. "나의 부친이 당신의 부친에게서 빼앗은 모든 성들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나의 부친께서 사마리아에 무역시장을 열었듯이 당신도 다마스커스에 무역시장을 열도록 하십시오. 이런 조건으로 이 몸을 놓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아합은 그와 조약을 맺고 놓아 주었다.
한 예언자가 아합을 저주하다
예언자 단체의 한 회원이 야훼의 명을 받고 동료 한 사람에게 자기를 때리라고 부탁하였다. 그가 때리기를 거절하자 36) 그 예언자는 말하였다. "자네가 야훼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나가다가 길에서 사자를 만나 죽을 것이다." 과연 그 사람은 길을 떠나 가다가 사자를 만나 죽었다. 37) 예언자가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자기를 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예언자를 때려 상처를 입혔다. 38) 예언자는 눈을 천으로 감아 변장하고 왕이 지나갈 길목에 가서 왕을 기다렸다. 39) 왕이 지나는데 그가 왕을 불러 말하였다. "임금님, 소인이 싸움이 한창 벌어진 곳을 지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포로를 하나 데리고 전쟁터를 벗어나 저에게 와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사람을 잘 감시하여라. 만일 놓치면 네가 대신 죽으리라. 죽기 싫으면 몸값으로 은 한 달란트를 내야한다.’ 40) 그런데 소인이 이 일 저 일로 분주하여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포로가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듣고 이스라엘 왕은 "그렇다면 그대로 당해야지. 네 스스로 판결을 내렸으니까" 하고 말하였다. 41) 그러자 그 예언자는 눈늘 쌰매었던 천을 재빨리 풀었다. 그제야 이스라엘 왕은 그가 예언자임을 알아 보았다. 42) 예언자가 왕에게 말하였다.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가 죽여야 할 자를 놓아 주었다. 그러니 내가 너를 대신 죽이겠다. 또 그의 백성 대신에 너의 백성을 멸하리라.’" 43) 이스라엘 왕은 침울한 심정이 되어 사마리아에 있는 궁으로 돌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