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토요일과 부활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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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이미경 [lmkdream] 200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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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토요일과 부활성야
동방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대(大)토요일」이라 부르던 성토요일은 예수님께서 무덤 안에서 쉬심과 저승(고성소)에 내려가심과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대로(1베드 3, 19-20; 4, 6) 천국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모든 사람들과의 신비로움 만남을 기리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평화와 기다림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 교회에서는 완전한 단식이 이날의 전례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었습니다.
이 단식은 파스카 전례 거행의 첫 단계였습니다.
그리고 초기에는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계심을 기리기 위해 교회는
아침과 저녁에 하는 일상적인 기도 외에는 아무런 특별한 전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부활을 좀더 일찍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바람으로 파스카 전야 전례를 점점 앞당겨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감동적인 공백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파스카 전례는 초기에 밤에 거행되었습니다.
소아시아 지방 혹은 이집트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사도서한(Epistula Apostolorum)」은
2세기 경에 있었던 축제의 밤 전례에 대한 증언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250년 경의 저술가인 떼르뚤리아누스는 부활전야를 ’Abnoctantem’(밤새도록 밖에서 지내는 예절)이라 불렀으며,
「사도규정(Apostolic Constitutions)」은 신자들이 토요일 저녁에 자리에 모여 부활주일 새벽까지 전야전례를 지속했다고 전해줍니다.
그러므로 ’부활전야’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부활전야는 현대적 의미로서의 부활축제 전날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오히려 고전적인 의미로서 한 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축일 밤의 전례인 것입니다.
즉, 부활 성야는 부활을 위한 준비가 아니고 부활의 진정한 기념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 아우구스티노는 파스카 전야를 ’모든 전야의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1951년 비오12세 교황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당겨진 부활 전례를
본래의 시각으로 돌려서 퇴색해버린 본래의 의미를 되살렸습니다.
이 축제를 밤에 지내는 이유는 부활이 죽음의 어둠을 이긴 생명의 빛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이기 때문이고
그리스도의 부활이 밤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새 불의 축성
새 불을 축성하는 예식은 8세기 경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가 10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일에서 하나의 예식으로 정형화됩니다.
이 예절은 새 불이 돌(숯)로부터 얻어지듯 모퉁이 돌이 되신 그리스도로부터 생명의 빛이 나옴을 일깨워줍니다.
새 불의 축성은 부활초의 빛의 행렬을 준비하는 예절로서 부활전례 중 가장 먼저 거행됩니다.
그러므로 이 예식은 부활 성야 전례의 한 부분으로 보기보다는 그 준비예식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입니다.
■부활초와 부활찬송
부활초 예식은 부활 성야 전례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거행됩니다.
이 예식은 영광스럽게 되신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예식이며 교회의 전례 가운데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예식입니다.
이 예식을 통해 우리는 어둠을 이긴 빛의 승리 곧 그리스도와 그 분이 이룩하신 승리를 생각하며
이 승리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을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예절은 사제가 초를 들고 어둠이 이기며 성전 안으로 행렬해 들어감으로써 확실히 드러납니다.
이는 부활의 생생한 극적인 표현입니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광명(Lumen Christi)’라는 말로 부활을 알리고,
신자들은 ’천주께 감사(Deo Gratias)’라고 화답함으로써 승리하신 그리스도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은 부활 초로부터 부활의 빛, 그리스도의 광명을 나누어 받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부활의 영광에 초대되었고,
이에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우리 모두는 빛의 자녀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부활초가 제단에 도착하면 사제는 주님의 승리를 찬송하는 길고 아름다운 찬미가(Exultet)를 노래함으로써 이 예식은 절정을 이룹니다.
고대의 성찬기도의 형식을 빈 이 찬미가는 죄와 죽음의 능력을 이기시고 지옥을 부수신 왕이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표현합니다.
파스카 축제의 모든 의미들이 이 찬미가(Exultet)에 함축되어 있으며,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신 생명의 빛, 진리의 빛, 구원의 빛이라는 것을 선포합니다.
■구원역사의 선포
다른 주일 그리고 축일과는 달리 부활성야에는 9개의 독서(구약 7개, 서간, 복음)을 낭독합니다.
이는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류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신 구원사건을 일깨워주기 위함입니다.
이 구원 역사의 선포는 부활성야 전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사목적인 이유로 구약의 독서를 3개로 줄일 수는 있지만, 출애굽기의 14장만은 절대로 생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 전례에서 그리스도의 자녀, 빛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성세예식을 예비자들에게 행합니다.
(꼰벤뚜알프란치스코회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