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난국은 짐이 부덕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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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4 이정원 [lee57] 200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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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환영합니다.
국회는 2004. 3. 헌정사상 처음으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하여 가결하였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04. 5.에 국회가 발의한 탄핵소추사유의 일정부분을 인용하여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결론으로는 탄핵소추를 기각하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일반 기업체 직원이나 공무원의 징계사건에 비유하면, 탄핵사유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법 위반행위가 징계사유는 되나 이에 대한 징계양정에 있어 해고나 파면에는 이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점은 있지만, 이에 대하여 탄핵(파면)을 요구하는 국회의 주장은 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은 국회와 대통령, 대통령과 국회 모두가 잘 한 것이 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번 탄핵사태는 모두에게 영광이 아닌,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한편으로는 불행한 역사의 편린이나, 또 한편으로는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체험케 하는 역사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2004년의 대통령 탄핵사건은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대통령 노무현) 및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교훈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지난 두 달간 우리 나라의 위정자들은 21세기 치열한 국제질서 속에서 온 국민이 한마음 하나로 똘똘 뭉쳐 국가발전전략에 골몰을 해도 살아 남기가 어려운 시기에 오로지 그들만의 싸움만 했습니다.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한다는 송사를 한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송사 끝에 집구석 망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송사과정에서 국민들은 소위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빨갱이 같은 것들과, 수구 꼴통들, 철 딱서니 없는 젊은 것들과 집구석에서 쉬어야 할 노친네들 등과 같은 원색적인 용어와 표현으로 분열되었습니다.
일찌기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구조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노정되었습니다.
탄핵정국이라는 송사에서 나타난 국민 상호간의 새로은 구조적 갈등은 조속히 치유되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국론이 양분되고, 국민상호간 이념과 계층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 지는 경우, 그 나라는 망하여 왔습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의 일차적 책임은 위정자에게 있습니다.
오늘,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혼란상들의 모든 책임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왕조시대에도 모든 임금님들은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분명히 말했습니다.
"짐이 부덕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과인이 불민하여 백성들이 이 고초를 겪고 있도다."고 하며 스스로 자신을 책망하였습니다.
항차, 절대권력의 군주시대의 임금님도 그러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교훈은 모름지기 위정자는 역사와 국민 앞에 겸허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러한 혼란과 아픔들을 안정과 희망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한 새출발을 위하여, 한국의 위정자들은 모두가 겸허하여야 합니다. 내 주장과 내 말만 옳다는 독선과 오기를 버려야 합니다.
더 나아가 오늘의 권력이 불과 5년을 넘길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에 대한 겸허함과 진정한 두려움을 바탕으로 오늘의 난국극복을 위한 앞장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모름지기 탄핵송사에서 이겼다고 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질 때 진짜 이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지금, 많은 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은 원하고 있습니다.
피로회복을 위한 청량제를........
주님.
노무현 대통령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주소서.
그리하여, 찢어진 국론을 꿰메게 하시고, 우리 모두가 화목하게 잘 살수 있도록 해 주소서.
반포4동 성당 이 정 원 알퐁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