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이렇게...
-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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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양은숙 [faan6] 200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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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형 선고를 받으신 뒤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산을 오르셨다. 당시 십자가형은 중죄인을 처형하던 형벌이었다. 그나마 너무 잔혹하다 하여 예수 시대에는 일부 하층민에게만 적용되었고, 4세기경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토록 잔혹했던 십자가의 길이 당신에게는 죽음의 길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인간들에게는 구원의 길이었다. 당신께서는 전 생애를 통해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하셨지만 이 마지막 십자가의 길을 통해서야 다 이루었다는 한 말씀을 남기실 수 있었다. 치욕과 고통, 오로지 죽음밖에 보이지 않는 이 길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다 이루었을까? 우리는 오늘도 이 길을 걸으며 당신께서 이루신 그 길이 나와 우리 삶의 길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묻고 또 묻는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초기 교회시대 예루살렘을 찾던 순례자들이 실제로 빌라도 관저에서 갈바리아산까지의 거리를 걸으면서 기도 드렸던 데서 유래한다. 이 순례지가 지리적 정치적 장애를 받게 되자 15~16세기 유럽에서는 성지 모형의 십자가의 길을 만들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예루살렘을 중세 초부터 맡아보았던 프란치스코회(1209년 창립) 수도자들이 14세기부터 이 순례 기도를 적극 권장하고 전파하여 15세기에 이르러 널리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각 처의 숫자와 기도의 구체적인 형태는 굳어지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그 멈추는 곳의 수효조차도 일정치 않던 것을 교황 클레멘스 12세(1730~1740년)가 열넷으로, 즉 십사처(十四處)로 정하고 각 처마다의 묵상 내용도 복음서와 전승에서 찾아 정하였다. 그리고 모든 교회에 십자가의 길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이에 앞서 1688년 교황 인노첸시오 11세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모든 성당에 십자가의 길을 두도록 허락했다. 또한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이 기도를 바치는 신자에게는 전대사도 허락하였다. 1694년 교황 인노첸시오 12세는 이 특전을 확증했으며, 1726년 교황 베네딕토 13세는 모든 신자들이 이 특전을 얻을 수 있게 하였다.
처음에는 노천에서 걸어가며 바치던 성로신공(聖路神功)이었다. 기도를 하기 위해 멈추는 곳마다 나무 십자가 하나씩만을 세웠으나 점차 묵상 내용에 적합한 장면을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대신하게 됐다. 성당이나 가정의 실내로도 들여놓게 되었으며, 움직이기 어려운 신자들을 위해서는 그저 십자가상만 바라보며 묵상기도를 하도록 하였다.
19세기 들어 이 신심은 전세계에 퍼져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는 가장 좋은 기도로 특별히 사순절에 널리 행해지고 있다. 주로 성당이나 그 밖의 공적인 기도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혹은 사제와 함께 단체로 행해진다. 각 처를 순례하듯 옮겨가는 것이 원칙이나 단체로 할 때는 대표만 움직이고 다른 신자들은 움직이지 않아도 무방하다. 각 처마다 정해진 기도문과 함께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며 묵상한다.
근래들어 십사처에 십오처를 하나 더 보태 부활로써 마무리하는 경향도 있다. 1975년 성년(聖年)에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최후만찬으로 시작하여 부활로 완결되는 , 복음서에 더 깊이 근거한 새 형식의 십육처 십자가의 길을 인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