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편지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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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이재경 [clausura] 200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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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새벽미사를 마치고
사무장님과 새벽미사 오르간 반주를 한 청년과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열대야때문에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전부터 잠은 별로 없었지만
지난 밤은 한숨도 못자서 졸립다고...
반주자 청년이 '참 신부님은 잠이 별로 없으신 것 같아요..'
하길래 '그래 잠이 없는 편이야~~'
했더니
'신부님 젊었을때도 잠이 없으셨어요 ?' 한다.
' ........ (끄응~~)'
젊었을때라니
젊었을때라니.......이런 기가막힌.....
가톨릭 성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가는 ?
"가슴바다 파도친다 우리들은 젊은이~~"인데...
암튼 어느새 그 19살 된 반주자 눈에는
내가 나이가 들어 보이나보다...그러니 '신부님 젊었을때' 운운하고...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다보면 나는 가만히 있는 것 같고
주변의 경치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데
실은 밖에서 보면 기차는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기차 안에 있으면서 그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남들은 다들 기차가 빠른 속도로 간다고 하는데
나 혼자만 밖에 경치가 움직인다고 하면...
반주자 그녀석이 나의 착각을 깨주었으니
고마워 할일인데...
영 괘씸한 생각이 풀리질 않으니....
그런데 왜 이렇게 날은 더운거지...?
예전에 한달에 한 번씩 있는 봉성체(정기적인 환자 방문)를 가서
할머니께 "할머니 지난 달에도 봉성체 하셨지요 ?" 했더니
할머니 "네 지난달에는 젊은 신부님께서 오셨어요..."
나 " .............(끄응)"
그때 그 기억 이후...
외치는 이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