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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11월 21일 (목)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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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길 즐기는 사람

9 정중규 [mugeoul] 2000-12-14

생명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가

 

  생명은 먹고 마셔야 살 수 있는 존재이다. 무엇보다 생태계라는 한 울타리 속에 모두는 함께 있으니 결국 생명이 산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먹고 마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약육강식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이 지니고 있는 공동체성을 나타내 주고 있다. 서로를 서로에게 줌으로써만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게 되는 이러한 공동체성이야말로 생명의 원리이다. 따라서 "먹고 마시길 즐기셨다"(마태 11,19)는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먹고 마실 수 있는 존재’로 내어 주셨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聖體聖事야말로 ’肉化의 肉化’로서 ’생명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 삶의 모습이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살고 있는가를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선 서로가 서로를 먹여 살려주는 ’삶의 고리’는 갈수록 파괴되고, 서로가 서로를 삼키려 드는 ’죽음의 고리’만 모두를 옭아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죽음의 문화’ 속에서는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삶이란 그들을 못살게 구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더욱 몰아 넣어지게 마련이니 이는 분명 삶의 원리인 공동체성에 위배되는 죄악스런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공동체성을 잃어버리면서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 사실 가장 목마른 이가 해갈되어야만 모두가 진정 목마르지 않을 것이요, 가장 배고픈 이에게 빵조각이 돌아갔을 때 모두는 배부를 것이며, 가장 고통받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었을 때 모두는 슬픔에서 온전히 해방될 것이다. 진정 한 사회의 구원은 오직 그 공동체 내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과의 그러한 사랑의 나눔으로써만이 비로소 가능하다.

  참으로 ’생명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재정립이 요구된다. 그리스도께선 말씀하신다.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禮)를 행하라"고. 그것은 세상의 생명을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는 사랑 그 예(例)를 말한다. 그처럼 무엇인가를 먹고 마실 때마다 동시에 스스로를 세상에다 ’먹고 마실 수 있는 존재’로 내어 주라고. 그렇게 해야 모두는 함께 살 것이라고. 그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여 서로가 서로를 삼키려 드는 물질주의의 억센 가라지가 무성한 이 시대에 우리 하나 하나는 서로가 서로를 살려주는 생명의 밀알이 되어, 우리 사회에다 그리스도 영성의 밀을 심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마음은 모두를 살리는 마음이요, 그리스도의 손길은 모두를 살리는 손길이요, 그리스도의 삶은 모두를 살리는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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