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반 게시판
- 현리본당 모습
-
350 정순옥 [mqwert] 2004-04-05
-
초대교회 공동체 닮은 춘천교구 현리본당 767 호
발행일 : 2004-04-04
나눔, 섬김, 사귐..가족같은 신앙 공동체사도행전에 초대교회 신자들의 생활상이 나타난다.
"(그들은) 한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2,43-47)
아마도 예수 그리스도의 눈에는 이처럼 서로 나누고 섬기고 찬미하며 사는 공동체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춘천교구 현리본당(경기도 가평군 하면, 주임 김현신 신부)을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초대교회 모습이다. 신자들은 한데 어울려 나누고 섬기며 살아간다. 건수(?)만 있으면 언제든지 성당 마당에서 잔치를 벌일 만큼 정이 깊다. 미사가 끝나면 신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도시 본당과 달리 현리본당 신자들은 항상 차(茶)와 음식을 나눈다.
요즘은 봄볕이 좋아 미사 후에도 마당에 신자들이 가득하다. 그러다 눈이라도 맞으면 주임신부와 신자들이 왁자지껄하게 족구시합을 벌이는 게 이곳 분위기다.
40대 개신교회 집사 윤모씨는 이 공동체 분위기에 반해 석달 넘게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그는 "믿는 사람들이 가족처럼 어울려 사니까 정말 사람 사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
본당 인터넷 홈페이지(www.churchhr.org→제단체모임→상임위원회) '칭찬 릴레이방'에는 서로 서로를 칭찬하는 글과 댓글이 가득하다. 주일미사 참례자 450명인 작은 본당에서 지난해 150명이 견진성사를 받고, 90명이 세례를 받았다. 그렇다고 어깨띠 두르고 거리에 나가서 선교운동을 한 것도 아니다.
교구장 장익 주교도 흔쾌히 동의하는 '아름다운 성당' 현리 공동체의 저력은 소공동체에서 나온다. 16개 구역 22개반이 똘똘 뭉쳐있다. 월1회 열리는 구역반장 총회합 참석률은 90%를 넘는다. 3월24일 총회합에서는 부활대축일 잔치에 대해 얘기했다. 취나물, 잡채, 찰밥, 떡 등 잔치에 쓸 음식을 반별로 준비해 갖고 와서 나눠 먹기로 했다. 구역반 모임에는 항상 사목위원들이 참관인 자격으로 파견돼 본당과 소공동체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소공동체가 레지오 마리애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지만 현리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소공동체 활성화다. 단원들은 소공동체 모임에서 활동거리를 찾는다. 누가 아프다거나 성당에 나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이 반모임이다.
장석구(베네딕토, 50) 사목회 총무는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는 서로 돕는 관계"라며 "쁘레시디움 단장들은 단원들의 구역반모임 참석을 항상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는 면단위 본당에서 지난해 세례자를 90명이나 배출한 비결이기도 하다.
성당 인근에 꽃동네와 작은예수회 등 사회복지시설이 있는 것도 본당에 큰 도움이 된다. 중고등학생들은 성탄절 축제무대에 올렸던 연극을 복지시설에 가서 재공연한다. 신자들이 봉사활동 중에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많다 보니 본당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풍요로워진다.
'말총머리' 김현신 신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툭하면 사제관에 몰려와 북새통을 치다 돌아간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놀러 온다는 것은 김 신부가 그만큼 신자들과 거리감 없이 산다는 얘기다.
김 신부는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를 끼고 산다. 사무장이 없기 때문에 컴퓨터로 사무처리와 주보편집을 하고,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목도구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신자들 얼굴을 틈틈히 다 찍어 파일로 보관하고 있다. 예비신자들 얼굴도 찍어서 세례식 날 축하카드를 만들어 성당에 게시했다. 세례받는 사람들이 기뻐했다.
또 홈페이지에 칭찬 주인공이 새로 소개되면 주인공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사진을 올려놓는다. '컴맹'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개되면 컴퓨터 앞에 모시고 가서 칭찬 사연을 보여주고 인쇄해준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특히 관면혼배를 받는 외짝 교우들에게는 반드시 사진을 찍어 인화까지 해준다. 성가정을 이루겠다고 하느님께 약속한 증거물이다. 그 사진 때문에 성당에 나오기 시작한 남편들이 꽤 된다.
현리성당은 야트막한 산자락에 있는데 대문과 담장이 없다. 성당도 24시간 열어둔다. 그래도 지금까지 별 탈이 없었다. 1979년 건축한 단층 성당에서 성미술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만한 구석은 없다. 성당 마당에 주보 성 김대건 신부 동상이 서 있는 정도다. 미사참례를 서서 해야 할 정도로 신자수가 늘어나 최근 다락처럼 성가대석을 만들었다. 그것도 손재주 많은 남성 신자들이 달려들어 만들었다.
성당 건물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신자들 모습이 아름다운 성당이다.
김 신부는 "신자 가정을 방문하더라도 사목적 방문이라기보다 삶과 생활을 나누는 자세로 찾아간다"며 "사목자와 신자들이 일치해서 공동체에 기쁨이 넘치면 선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현리본당은 1988년 본당으로 승격됐다. 청평본당 현리공소 시절에는 군종교구 맹호본당 신부들이 공소사목을 겸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사진설명)
1. 봄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현리성당 전경. 성 김대건 신부는 이 성당의 주보다. 2. 지난해 성당 마당에서 열린 부활대축일 잔치 모습. 3.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뒤로 묶어 인상적인 김현신 신부가 장석구 사목회 총무와 함께 신자들 사진을 보면서 근황을 살피고 있다. 이 사진첩은 김 신부가 직접 만들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목록보기 이전페이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