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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신앙과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

64 하계동성당 [hagye] 2008-06-28

겸손한 신앙과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

변종찬 마태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오늘 우리는 2천 년 교회 역사와 함께하며, 특별히 로마 교회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입당송에서도 고백하듯, 그들은 육신을 지니고 사는 동안 자신들의 피로 교회를 세웠으며, 주님의 잔을 마시고 하느님의 벗이 되었습니다.

  

진정 교회의 위대한 두 등불이며 굳건한 신앙으로 빛나는 두 사도에게 교회는 오늘 깊은 찬송을 드립니다. 베드로 사도는 갈릴래아의 어부였지만, 주님의 부르심에 삶의 터전이었던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인물입니다. 이에 반해 바오로 사도는 율법에 정통한 학자요 스승이었습니다. 또한 스테파노가 순교할 때, 그의 겉옷을 갖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사도행전 9장은 사울로 불리던 그가 어떻게 회개하였는지 잘 알려 줍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주님께서는 당신의 목소리를 통해 완고했던 그의 마음을 땅에 떨어지게 하셨던 것입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라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그 동안 사울이 박해한 그리스도교와 자신이 하나임을 분명히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사울이 주님의 목소리를 통해 그리고 하나니아스에 의해 선포된 복음과 안수를 통해 비로소 보게 되고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도행전이 전해 주듯, 특별히 이방인들의 땅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한 바오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고백하는 베드로.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라고 대답하신 예수님. 이토록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도들을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교회를 세우십니다. 여기에 하느님 생각과 인간 생각의 큰 차이가 드러납니다.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와 그리스도인을 체포하여 감옥에 넘기는 일에 앞장섰던 바오로의 모습과 이들이 교회의 초석이 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 하느님께서는 인간적 연약함 혹은 사람의 눈에는 보잘것없이 보이는 것도 당신의 일을 위해 사용하십니다. 그렇기에, 오늘 본기도에서 말하듯, 모든 일에서 교회의 기초를 놓아 준 그들의 가르침을 이제 교회가 충실히 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곧 연약하고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는 우리도 그들처럼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늘 화답송에서 노래하듯, 주님께서 온갖 두려움에서 우리 자신을 구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입에 늘 주님에 대한 찬양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우리와 함께 주님을 칭송하고, 그분의 이름을 높이 기리자고 권유할 수 있습니다. 사도 베드로의 겸손한 믿음과 바오로가 지닌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신앙은 숨을 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명이 끝난 후 우리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가 하고 있듯, 우리 역시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나를 통하여 복음 선포가 완수되고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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