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이토록 저를 소중히 여기시는 주님(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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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성일용 [iyseong] 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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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루카 6장 12-19절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이토록 저를 소중히 여기시는 주님>
밤새워 기도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몇 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늘 실패로 끝났습니다. 밤을 꼬박 샌다는 것, 그것도 기도하며 지샌다는 것,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철야기도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기간 동안 가끔 철야기도를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 상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녁 무렵 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워가며 기도하십니다. 공생활 기간동안 예수님께서는 아주 자주, 시도 때도 없이 철야기도를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순간들은 당신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절대 절명의 순간, 삶의 분수령이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당신의 제자들을 뽑기 위해서, 철야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만큼 예수님께서는 제자 선발에 큰 중요성을 두신 것입니다.
제자들을 뽑기 위해 밤을 꼬박 지새우시며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충만한 감사의 정이 느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저를 위해서도 열렬히 기도해주실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내 성소, 비록 너무나 부족하고 부당해서 정말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토록 철저하게도 부족하지만 예수님께서 나를 소중히 여겨주시니 다시금 힘을 냅니다. 내가 이토록 나약하지만 예수님께서 기도해주시고 걱정해주시니 모든 것 그분께 맡기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과 살아가면서 늘 느끼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다 따라가는 그 휘황찬란한 길, ‘때깔 나는’ 길을 뒤로 하고 너무나 가파른 언덕길, 어찌 보면 너무나 팍팍해서 짜증나고 숨 막히는 길을 선택하는 우리 어린 수도자들, 너무나 사랑스럽고 또 존경스럽습니다. 그들을 바라볼 때 마다 하느님의 현존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집니다.
예수님을 향한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진 어린 수도자들입니다. 저보다 세상의 때가 훨씬 덜 묻은 형제들입니다. 마치 산속 깊숙이 몰래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형제들입니다. 그들을 바라볼 때 마다 우리 가운데 활발히 활동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 우리 모든 수행자들과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앙여정에 동행해주시기를, 그들을 축복해주시기를, 그들의 인생길을 환히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