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개봉동성당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신부 수녀 게시판
인생피정-아버지

97 최인숙 [sr-dibs] 2011-06-27

인생피정-아버지

 

수술실 입구. 보호자는 여기에서 인사하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아버지, 하느님과 성모님, 모든 성인들이 함께 해주실꺼예요. 밖에서 기도하고 있을께요. 화이팅!!'

아버지의 긴장된 얼굴에 얼핏 두려움이 훅~ 지나가는듯하고, 수술실 문이 닫히는데 눈물이 핑 돕니다.

내아버지 하늘나라 가실때도 저렇게 아버지 혼자 가시는가.....

 

어머니 돌아가신지 1년. 아버지의 위암선고는 아직 아물지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듯했고,

어머니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끼게했습니다.

수술후 아버지는 심장의 이상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지셨고, 고통을 호소하시는 아버지의 신음소리 앞에서,

서울대병원 원목실 소임을 한 1년 하던때, 수없이 중환자실을 드나들며 기도하던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충분히 공감하고 진심으로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의 입장에서 기도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니었나봅니다. 이렇게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걸 보면, 이렇게 사무치도록 간절한걸 보면, 그때의 기도들은 너무 날것이었나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저 부끄럽기만합니다.

아버지 수술하시던 날 새벽, 일찍 수녀원을 나서 기도하려고 들린 혜화동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마음 준비하라고 이런 싸인을 보내주시는건가 싶은 생각에

기도는 안되고, 마음만 뒤숭숭해져서 나온 날이었기에,

수술실 홀로 들어가시는 아버지 모습에 불안함을 감출수 없었고,

중환자실 가셨다는 의사말에 다리가 후들거렸지요.

 

아버지,

옆에서 아무리 '아버지'를 불러도 의식도 없이 여기 저기 기계들에 둘러싸여 고통의 신음소리만 흘리시는 아버지.

그래도 살아계셔 다행이라는 고마움과 함께 후련한 마음이 잠깐 들었던것은,

아버지의 신음소리를 통해 고단하셨던 당신삶을 토해내시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가장으로써의 응어리, 17년간 엄마 병간호하시며 참으신 것들 다 토해내시고,

다시 일어나실수만 있다면, 아버지 참지 마시고 아픈것들 다 호소하시며, 그 고통 털어버리세요.'

 

아버지,

제가 아버지 제일 많이 닮은거 아시지요.

제가 형제들중에 아버지 사랑을 제일 많이 받은 걸 제가 압니다.

어릴땐 아버지 아프시면, '하느님, 아버지 대신 제가 아프게 해주세요' 그런 기도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엔 그런기도가 안 나오더라구요. 그게 제일 많이 죄송했습니다.

아버지,

병으로 시달리시는 아버지곁에서 조금은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저에게

아버지는 든든하고 힘있는 울타리는 아니셨기에

이제는 연로해져서 자연히 허술해지는 당신의 약함을 정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울었습니다.

흐르는 세월이 야속했습니다. 받아들여야하는 것들이 내게는 너무 많다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부모는 자식에게 생명의 등불을 건네준것만으로도 그 할바를 다한것이라고 합니다.

그 나머지는 그야말로 옵션이라 자식은 부모에게 아무것도 더 바래서는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번에 이렇게 당신의 수술을 통해

아버지 당신께서 저에게 얼마나 큰 존재이셨고, 힘이되어주셨는가를 새삼 깨닫게됩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오신 내 아버지, 열심한 신앙인이신 아버지 존경합니다.

냉이꽃같으신 내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주신 신부님, 수녀님 이하 모든 분들, 먼길 마다않고 찾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저의 빈자리를 채워주신 개봉동분원의 수녀님들과 우리 유치원 선생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선생님들 내가 있으나 없으나 한결같이 열심히 수업준비하고, 교실환경꾸미고

아이들 안전하게 지켜주어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해요.

아무것도 가진건없이 다만 제가 수도자여서 이렇게 기도받고 도움받았음을 알기에

더욱 겸손하게 사랑을 살며, 아이들 곁에서 행복한 수도자로 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느님께서 백배로 갚아주실것을 믿으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2011년 6월 최효경수녀


0 349 1

추천  0 반대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