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서는 어떤 성경인가요?
-
75 지성득 [jaugustino] 2012-01-13
-
다니엘서는 어떤 성서인가요?
이 책은 다니엘과 그 친구들이 겪은 체험과 다니엘의 환시를 담은 책으로 그 중심인물의 이름을 따서 ‘다니엘’이라 불렸어요. 칠십인 역 성서에서는 이 책을 대예언서로 분류했지만(그래서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에제키엘 예언서 다음에 다니엘서를 놓았지요), 히브리 성서에서는 성문서에 포함시켜 에즈라서 앞에 놓지요. 다니엘이란 이름의 뜻은 ‘하느님은 나의 심판자’ 또는 ‘하느님의 심판자’입니다. 다니엘이란 이름으로 성서에 나오는 이는 다윗의 둘째 아들(1역대 3,1)과 바빌론에서 귀환한 이다말 일가의 지도자(에즈 8,2)뿐이에요. 즉 다니엘서에 나오는 유배기의 현자였던 이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 다니엘은 옛날부터 현자로 유명했던 전설상의 인물 이름을 빌은 것이 아닌가 여겨져요. 왜냐하면 노아와 욥과 같이 언급되는 예가 있으니까요(에제 14,14; 28,3 참조).다니엘서는 구약성서에 실린 유일한 묵시문학서로서 신약성서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마태 24장; 마르 13장 참조). 묵시문학서는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100년 사이에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 활발하게 쓰여졌던 하나의 독특한 문학유형이랍니다. 묵시문학은 이 세상의 종말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갖가지 상징과 환시가 풍부하게 나오지요. 다니엘서와 요한 묵시록은 묵시문학의 처음과 끝을 대표하는 성서이지요.
언제 누가 썼나요?
예전에는 이 성서에 나오는 대로 기원전 6세기에 예언자 다니엘(마태 24,15)이 썼다고 보았어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다니엘이란 고대 현인의 이름을 빌어 기원전 2세기, 즉 시리아의 안티오쿠스 4세(기원전 175-164년)가 유다교를 없애려고 하던 마카베오 시기에 쓰여졌다고 보아요. 누가 썼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리스 종교에 대항하여 유다교를 옹호하려 했던 예루살렘 출신의 학자나 서기관이지 않을까 추정하기도 해요. 제2경전에 실린 네 가지 짧은 이야기는 그 후에 추가된 것이구요.
왜 쓰여졌나요?
다니엘서는 신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 벨사살과 메데의 다리우스, 페르시아의 고레스 등 기원전 6세기의 왕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역사적 배경은 유다교를 극심하게 박해했던 안티오쿠스 4세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다시 말해 다니엘서는 어떤 희망도 없고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처지에서 그 고난의 때, 인간이 다스리는 세상은 멀지않아 끝나고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이 차지할 하느님의 나라가 꼭 오리라고 선포하죠.
마카베오서에서 보듯 신앙을 지켜 순교하느냐 아니면 배교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다니엘서는 인류 역사를 주관하시며 당신의 뜻대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전해오는 예언과 일화 및 환시 등을 통해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어요. 그럼으로써 하느님의 백성들이 늘 깨어 있어 예기치 않게 인간 역사에 개입하시어 당신의 나라를 오게 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굳굳하게 버텨 나가도록 격려하고 있는 것이죠.
언제 어디서건 다니엘서는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눈을 들어 시대를 분별하며 다가오는 하느님의 나라를 위하여 충직하게 신앙을 지켜갈 것을 촉구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주며 힘을 주고 있답니다.
<새김과 나눔>
종말의 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다니엘서에 따라 그 때를 인간의 시간표에 맞추려 하지 않고 하느님의 시간표를 분별하며 기다릴 때, 우리가 지켜야 할 신앙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그 때가 오기까지
(다니 1-14장)
다니엘서는 제2경전을 포함하여 모두 14장인데, 그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지혜와 능력은 하느님의 것(다니 1,1-6,29)
이방 왕들은 다니엘의 하느님을 어떤 분이라고 고백합니까?(2,47; 3,28-33; 4,31-32; 6,26-28))
이 대목에서는 다니엘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삼인칭으로 기술됩니다. 유다가 멸망된 뒤 유다의 지도층과 함께 다니엘과 그의 친구 세 명도 바빌론으로 끌려 갔어요. 그들은 이방인의 땅에 가서도 부정을 타지 않게 음식을 가리는 등 율법을 충실히 지켰어요. 하느님께서는 그런 그들에게 남다른 재능을 주셔서 관리로서 일하게끔 하셨지요. 특별히 다니엘에게는 어떤 환시나 꿈이든지 다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주셨답니다. 그래서 다니엘은 하느님께서 주신 그 은혜로 느부갓네살 왕의 꿈과 벨사살 왕에게 나타난 이상한 현상의 뜻을 풀어주어 고관이 되지요.
한편 우상을 숭배하라는 느부갓네살 왕의 명을 거역한 세 젊은이는 불가마 속에 던져지지만 하느님의 천사가 지켜주어 전혀 해를 입지 않아요. 또 다니엘은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메대의 다리우스 왕의 금렴을 어긴 죄로 사자굴 속에 던져지지만, 그도 천사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하게 되지요. 결국 다니엘의 지혜로운 풀이와 젊은이들의 충직한 신앙은 이방인 왕들에게 하느님의 놀라우신 능력을 일깨워 주었어요. 아울러 주께서는 신앙에 충실한 이들을 지켜주고 계심을 증거해주죠.
하느님께서 정하신 끝날은 오고야 만다(다니 7,1-12,13)
마지막 날에 사람 모습을 한 이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누구에게로 나아갑니까?(7,13; 마태 26,64))
다니엘의 환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대목은 모두 다니엘의 입장에서 일인칭으로 기술되어요. 이미 앞에서 다니엘은 모든 환시를 풀 수 있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은 이라고 소개된 바 있지요. 다니엘이 본 환시는 당시 근동의 패권을 다투던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앞날을 다룬 것이지만, 어느 특정한 나라의 운명을 알려준다기보다 하느님을 거스르는 인간 권력의 최후 모습을 일러주는 것이지요. 마지막 날에는 모든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사람 모습을 한 이에게 맡겨지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고 예언되지요(7,13-14). 종말의 때까지 남은 삼년 반, 1290일, 1335일 등은 확정된 날짜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수랍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으십니다(다니 3,24-90; 13,1-14, 42)
세 젊은이의 노래(3,51`-90)를 큰 소리로 읽으면서 우리의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그리스어 성서에만 실려 있어 제2경전이라 불리는 이 대목에는 “당신께 희망을 건 사람들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하느님께 대한 찬미의 노래가 두 편 나옵니다. 진실로 하느님은 찬양받으실 분이시고, 우리는 그분께 언제나 감사와 찬양을 드려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일깨워줍니다. 수산나와 벨과 뱀 이야기는 독립적인 이야기로 하느님만이 참된 주님이시며 그분은 당신께 충실한 이들을 돌보아 주심을 입증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