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수녀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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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최인숙 [sr-dibs] 20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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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요한 13,21)
어릴적, 두살정도 되었을때
저는 친척집에 보내져 8개월정도를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팔아넘긴것도 아닌데
저에게 그때의 기억은 깊은 우물이 되어
그속에 사나운 짐승이 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지금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데도
그때 그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해
피부병을 앓거나, 매를 맞거나,
울며 길을 헤매던 기억,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던 기억들은
제 인간관계에, 저의 성격에 기도생활에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으니......
주님, 상처에 넘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상처를 빌미로 동정을 요구하거나
넋두리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독하니까요.
다만,
내가 내 상처의 좋은 부모가 되어
"너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겠다"(여호수아 1.5)는 확신을,
사랑을 먹이고 싶습니다.
주님, 제 상처로 누군가를
팔아넘기지 않게 하소서.
2012년4월3일 비오고 몹시 바람부는 날. 봄이 멀지 않았음이라....... 최효경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