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먼 길에 입을 수의를 장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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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김형보 [lary]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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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수의를 만들어요" 이병저병으로 쇠약해져 가기만 하는 아내가 어느 날 말을 꺼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릴. 우리가 죽으면 장의사에서 수의를 갖어올텐데" "여보 난 삼배 수의가 싫어, 내 피부에 삼배 수의는 너무 껄끄러워서 싫어요 우리 다른 걸로 만듭시다." 맞다. 아내의 피부는 너무 부드럽고 곱다. 늙고 병든 지금도 아내의 피부는 젊은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내가 아내와 결혼한 것도 어쪄면 이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서대문 성당의 수의를 잘 만든다는 할머니에게 인조견으로 수의를 주문했습니다.. 수의가 도착한 날 하얀 수의가 정말 마음에 들어 정갈한 상자에 아내의 수의를 밑에 넣고, 그 위에 내가 먼저 죽어야지 하며, 내 수의를 올려놓고, 성수를 뿌리고 두 손을 합장하고 "선종의 기도"를 바치고 뚜껑을 덮으니 갑자기 서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보 우리가 지금 죽을 준비 하는거야, 우리가 이제 죽을 때가 되어 당신과 나 그리고 아이들과 헤어져야 해요"하고 아내가 눈물을 보입니다.
그래 우리라고 어찌 죽음을 피할 수가 있을까. 죽음이야 말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건데. 그래도 죽음은 정말 두렵고 무섭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죽음이 원죄의 결과이기 때문인가. 난 안무래도 죽을 때 "하느님 난 안 죽을래요" 하고 소리 지를 것 같다. 어쩌면 죽음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육체적 고통과 가족과의 이별등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무서운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마지막 병석에서 "고통만 없으면 죽음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을 텐데" 하셨다는데...그러나 가톨릭 교회에서는 죽음을 천국에 태어나는 날,(dies natalis)이라고 가르칩니다..
옛날 나의 고향 황해도 신천의 본당신부님은 , 한학자이신 구천우 요셉 신부님이셨는데 나는 미사 복사중 장난치다가 많이 혼난적이 있지만 ,우리 보미사 하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 주셨고 ,나를 신학교에 보내 신부님이 되게 하려고도 했지만, 나는 그 뜻을 따르지 못했는데 나의 사랑하는 구천우 신부님은 , 11월 연령성월이 되면 언제나 강논에서 "죽음은 가장 좋은 묵상자료"라고 하시면서 신자들이 죽음을 자주 묵상하라고 하신 말씀이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 어릴 때 죽음하면 언제나 지옥을 생각했습니다. 내 아버지는 주일이면 "요리강령"책(그림으로 된 교리책)을 펴시고 인간이 마지막에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맞이해야 할 죽음, 심판. 천국. 지옥을 사말이라고 , 사말 교릴 가르쳐 주셨는데 그 때 천당 그림은 꽃밭에 있지만 별로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지옥의 그림은 무섭게 생긴 마귀가, 삼지창을 들고 죄인들을 쇠사슬로 묶어 지옥 불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천당엔 안 가도 이 세상에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가족과 같이 재미있게 사는 것이 천당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 한편 정말이지 지옥은 갈 데가 못된다고, 혹시 발을 헛디뎌서라도 지옥에는 안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지옥에 대한 두려움은 어릴 때 절간에 놀러갔다가 본 지옥그림에서, 죄인이 끓는 기름 가마에 넣어지고 , 바늘 동산에서 벌개벗은채 벌받고, 어름 동굴에 쳐넣어지는 것을 보고, 또한 무슨 말로 죄를 지었는지 죄인의 혓바닥을 빼내어 쇠꼬치로 박박 긁는 그림을 보고는, 더욱 지옥을 두려워 했습니다. 그 후 나는 좀더 커서 "단테"(중세기 이태리의 시인, 정치가)의 신곡의 지옥편을 읽었는데 온전한 뜻은 이해 못 했지만 지옥이 9층으로 되어있고 어떤 사람들이 지옥에 있다고 있는데 어떤 벌을 받는 지는 안 써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지옥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요새는 관광도 많이 가는 데 지옥 관광이 있어서 가볼 수 있다면 아마 세상에 죄 짓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그러나 성경의 나자로 이야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러나 옛날 나의 아버지께서는 지옥은 대죄를 가지고 죽은 사람이 하느님을 영원히 떠나 떨어지는 곳이고 예수님과도 영원히 떠나 특별한 고통을 받게 된는 곳이라고 하시며, "그러니 노렌조야 너는 절대로 지옥 에 떨어지면 안 되니 죄가 있으면 즉시 고해성사 봐야 한다" 고 당부 당부 하신 걸 기억합니다. 그 후 아버지가 말한 지옥의 특별한 고통의 중심내용이, 하느님과의 "지복직관"을 영원히 박탈 당하는 거라고 알게 되었고 물론 그 밖에도 우리가 세상 끝날에 육신 부활을 생각하면 지옥에는 감각적인 고통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성경에도 "저주 받은 자들아 내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위해 준비한 불 속에 들어가라.(마테오25/41). 또한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손을 찍어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 불 속에 가기보다. 불구의 몸이 되더라도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는 것이 나으니라.(마르꼬9/43)
새벽 미사 가는 길 위에는 어느 새 노랑이나 갈색의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나도 곧 저렇게 생명을 놓을 날이 오겠지, 쓸쓸한 생각이 들면서 나는 아버지가 사말 교릴 가르쳐 주신 뜻이 우리가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착하게 살다가 우리 가족 모두가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같이 살자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11월 위령의 달에 북에 두고 온 나의 부모, 논지노와 베아따. 마리아 누님, 그리고 동생 막달레나와 놀벨도, 그리고 조카 데레사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 겠다. 그리고 모든 불쌍한 연옥영혼들을 위해서도--(신성아파트 김형보노렌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