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국 신부님을 기억하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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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문명숙 [ccm35kr] 201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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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제가 잠자리에서도 당신을 생각하고”(시63)
2014. 11. 9. 잊을 수 없는 김종국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
아내 세시리아의 79회 생신날에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구비치는 바다와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金顯承(1913-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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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오는 11월에 바치는 감사의 기도 (2014년)
항상 저희 마음을 밝혀주시고 저희를 생명으로
인도하시며 저희 안식처가 되어주시는
사랑의 하느님,
사랑하는 內子 세시리아의 세례명성인 축일(22)과
그의 79회 생일이 담긴 곱게 익어가는 가을 11월,
저희 노부부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 紅葉의 달에
주님 앞에 마음 다하여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일찍이 저희를 부부로 맺어주시고
저희에게 귀한 자녀들을 보내주셔서
우리를 한 마음으로 일치시키는 가정과
주님의 사랑과 평화로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과 믿음을 부어주시고
더욱이 팔십 고령을 살아가는 장수의 은총까지 주셨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데오필로가 호주에서 정착하도록 지켜주시고
우르술라를 주님의 안뜰로 부르셨습니다.
이렇게 주님은 저희가 감히 욕심낼 수도 없었던
많고 큰 축복을 내려주셨습니다.
진정 인간의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격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
『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11월은
저희 부부에게 반석과도 같은 “希望”을 지니게 해 주신 달입니다.
또한 몽매에도 잊지 못하는 은총의 달이기도 합니다.
돌이켜 생각하오니
코스모스 아름답고 국화 향기 바람 타고 오는
그해 11월의 이른 새벽,
40대 초반의 건강한 세실리아가 갑자기 앞이(눈이) 안 보인다고
울부짖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대 의술마저 손을 든 절망적인 상태을 맞아
꼭 1년을 천길 만길 깊은 암흑의 낭떠러지에서,
가정생활과 직장생횔이 엉망이 된 채
오로지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병들어 몸이 괴로울 때
권능의 손을 펼치시어
성하게 하여 주옵소서‘
성가(당시의 성가62번 3절 가사)를
몇 백 몇 천 번을 부르며
주님의 뜻을 구하여 통곡하며 기도할 뿐이었던 고난의 날에,
예리고의 소경을 눈뜨게 해주신 주님께서
세실리아를 저희가 알지도 못하던 가톨릭맹인선교회(초창기)와
한빛맹아학교로 오묘한 당신의 방법으로 불러내셔서
저희에게 위로와 용기를 부어주셨습니다.
그 환난 중에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은총의 사도 김종국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을 뵙게 되고
사랑 깊으신 신부님께서 저희의 고난에 함께 하시면서
형제자매를 모아 여러 차레 기도회를 열고
간절한 기도를 이끌어 주시는 가운데
실명한 이듬 해의 晩秋 11월,
창틀에 낙엽이 쌓이는 삼각산 자락(수유리)의 그 집의 그 밤,
세실리아는 처음으로 고통을 잊은 듯이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그 밤은 꿈이 아니기를 바라는 놀랍고 두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자 새벽안개 걷히듯이
1년을 계속해온 통증이 사라지고
그로부터 차츰 시력이 되살아난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은
은혜의 11월입니다.
그 두렵고 놀라운 섭리와
하느님의 역사 앞에서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을 통하여
저희에게 있어서 당신이 누구신지를
눈물로 고백하면서 그 긴 고통의 의미를,
나아가서 외아들 마저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을 허락하신
고난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로해서 삶이 바뀐 세실리아가
오랜 세월 가톨릭맹인선교회와 한빛맹아학교의
활동에 동참하여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주님의 은총에 다시금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이 그 11월입니다.
주님은 영원히 찬미 찬양 받으소서.』
주님, 우리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세계에 아무 것도 가져올 수 없었고
우리의 세계로부터 아무 것도 가져갈 수도
없습니다.
그런 저희에게 주님은 당신 뜻대로
“우리의 것” 일 수 있는 생명과 은총을 우리에게 거저 주시고
그것이 큰 것이건 작은 것이건,
측량할 수 없는
생명의 풍요함에 한 몫 끼일 수 있는 행복을
우리 부부가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것을 한 없이 감사하고 감격합니다.
주님,
저희가 부부로 만나 살아 온 54년의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우리가 체험한 모든 것에 대하여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모든 삶의 거기에 항상
당신이 함께 해 주셨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주님 臨在하심을 뜨겁게 체험하며
살아갈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것,
우리를 기쁘게 해 주는 것에 대해서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실망과 고통,
그리고 고독과 괴로움을 겪은 세월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가 탄생하고 만남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준 것임을
"지금" 저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老醜로 인하여
또 다른 실망이나 고통에 사로잡혀서
우리 입에서 감사의 말이 더듬거리게 될지라도
당신이 우리를 인도하셨던 어두운 길에 대하여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희망)을,
상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세상 어떤 것보다도 하느님을 알게 된 것을
至福으로 여기고 살며
하느님과 교제할 수 있는 것을 최고의 명예와 기쁨으로
최고의 영광으로 여기고 살아갑니다.
그것을 허락하신 당신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언제나 감사할 수 있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힘겨운 우리의 노후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삶의 천박함이나 건강의 힘겨움
또한 마음을 공허하게 하는
어떰 위험이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간절히 비오니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하는”(마테오26,41)
나약한 저희들입니다마는
그날 그 11월의 은총과 감격,
또한 김종국 토마스 아퀴노 신부님의 그날의 기도를 부여잡고
저희 가족이 끝까지 마음을 다하여
우리 존재의 원천이시며
영원한 하느님이신 당신에게로
온전히 머리를 돌리고 살아가다가
언젠가 주님께서 부르시는 날
“주님, 이제는 이 종은 눈감게 되었습니다.(루가 2,29 공동번역)
하며 주님 품에 들게 하여주소서.
인간의 한계를 깨닫게 하는 낙엽이 지는 이 가을에,
놀라운 감격으로 엮여진 저희의 11월에,
어두운 창밖을 흐르는 차가운 가을 바람소리 들으면서
하느님이 주신 영혼(母國語)으로 감사의 기도를 바치나이다.
주님,
어김 없이 찾아오는 이 11월,
김종국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을 위하여 기도올립니다
주님, 세시리아를 지켜주소서.
주님,우르술라 수녀님을 완덕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주님, 데오필로와 함께 하소서.
아멘.
2014년 11월에.
하계동 김재환 아오스딩과 문명숙 세실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