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동 성 요한 성당] 사순 제 3 주일 -생명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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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3 최성기 [henchoi] 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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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 목마름, 샘물 이런 단어들을 통해서 우리의 영적인 갈망을 표현한다. 많은 영성가들이 하느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 상태를 샘이 말랐다고 표현하거나 하느님께 대한 목마름, 갈증을 느끼는 시기라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원초적 갈망을 의미한다. 물은 구원 역사 안에서 생명의 상징, 구원의 상징이었다. 홍수의 물로 세상의 어둠을 없애고 노아가 구원 받았음을, 홍해 바다의 물로 파라오의 노예 살이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백성으로 구원되었음을 이야기 하고, 에제키엘 예언자는 성전 오른 편에 흐르는 물, 그 물이 가는 곳마다 생명이 드러남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물은 세례 성사의 상징으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거듭나게 함을 이야기해준다.
2. 오늘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 역시 물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 만남을 통해서 우리가 예수님과 만나서 이루어지는, 세례를 통해서 이루어진 새로운 하느님과의 관계, 우리와 하느님과 맺은 관계에 대해서 깊이 묵상해 볼 수 있다.
3. 첫번째,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목말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곧 그분께서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갈망하던 바를 채워주실 수 있음을, 영원한 생명의 물을 베풀어 주심을 믿는 사람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피곤하고 지쳐있고 권태에 빠져있는 영혼에게 생기를 돋우어 주고,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를 치유하고 생기를 북돋아주는 물이 되어주시는 분이라는 것. 우리 영혼에 물이 솟아오르게 하시고, 내적 샘물을 주시는 분임을 고백하는 것. 기쁨을 샘솟게 하시는 분. 이런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 때, 엉뚱한 곳에서 우리의 목마름을 채우지 않게 된다. 돈이나, 평판이나, 권력이나 명예나 쾌락이나 이런 곳에 더이상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힘을 가진 사람.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이다.
4. 두번째,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과 대면하면서 자신의 죄를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점, 그러나 단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받기 위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사마리아 여인의 경우, 남편이 다섯이나 되었고, 지금의 결혼도 정식 결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부끄러운 일. 예수님께서 단죄하지 않으신다는 사실, 하지만 우리의 무릎 꿇음,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하다는 고백 안에서, 우리의 불완전함을 고백하는 것을 통해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 무언가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사랑이, 당신 모상대로 만드신 우리에게로 향하는 사랑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드러낸다.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갈망.
5.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은 진리와 영에 따라 참된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유다인의 예루살렘이나 사마리아인의 그리짐 산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드리는 예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영과 진리로 바치는 예배를 원하신다. 곧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태도를 이야기하신다. 영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 하느님 앞에서 진실한 사람이 드리는 예배가 중요함을 이야기하신다. 우리를 구분하고 가르는 경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느님을 진실한 마음으로 섬기는 우리의 태도이다. 우리의 경신례가 바로 설 때, 올바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을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올곧게 설 수 있다.
사순 시기 중반에 접어든다. 예수님을 우리의 궁극적인 갈증을 채워주시는 분으로, 우리의 잘못과 죄가 분노와 단죄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장이 되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드리는 미사가 보다 합당한 모습으로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힘이 되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