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가 여기에.
-
13108 비공개 2025-03-25
-
천사가 여기에.
지난 여름이 아무리 덥고
지난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기어이 봄은 오고
봄 기운에 생명의 씨앗은 여기저기 꿈틀거리며, 솟아 오른다.
화창하고, 시원한 공기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대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2024년 3월 20일 목요일 오후 5시경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인근
덕릉로에서 한 노령의 남성이 한 손에는 커다란 짐(꽃다발)을 움켜쥐고,
또 다른 손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목적지 방향을 찾고 있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 지도를 가지고 주소를 찾아 두리 번 거리던 중,
길 바닥 어딘가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왼쪽 눈두덩이가 찢겨지고, 안경이 박살났다.
피가 철철. 어떻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한 남자가 보고는 그냥 모른 체 지나갔다.
그러다 또 다른 어떤 젊은 청년이 다가와 일으켜 세우고는
살펴보더니 깜짝 놀라 당장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했다.
20대 초반으로 대학생인지 알바생인지.
그 청년은 부축을 하고는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득을 했다.
그러나 노령의 남자는 물건을 시간에 맞게 배달을 해야 한다고.
배달하고 병원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그 청년은 "그럼
꽃 배달은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주소만 알려주세요."
그렇게 해서 청년은 부축을 하여 인근의 정형외과에 모셔다 드리고,
치료를 받게 해 드렸다. 치료받는 동안 꽃배달을 하고는
가방을 다시 병원에 가져다 드리고, 급한 일이 있어 메모만 남겨두고
병원을 떠났다.
찢어진 곳에 몇 바늘을 꿰메고, 청년이 남겨 둔 메모를 가지고 집에 갔다.
집에 가서 메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아깐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곤, 신상에 대해 물었다."
그 청년은 30대이고, 상계동성당 노동준(안토니오)부주임신부님이라고.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일인지.
지금 글쓰는 이는 문정동성당 신자입니다.
조만간 노신부님의 미시시간에 미사드리고 뵈면 좋겠습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분들이 노동준신부님의 선행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림니다.
노신부님 허락없이 글 올리는 것에 용서를 빕니다.
노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