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5일(수) - 19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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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정성환 [franco2] 199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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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수) - 17일(금)
피정관계로 그 동안의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로 물었다.
삼청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약속대로 13일(월)에 철수를 했지만 천막은 그대로 둔채 철수를 했다해서 성당측에서 천막을 걷었다고 한다.
범민련은 17일(금)이 재판일이어서 재판때 자진 철수한다고 했었는데, 재판연기 신청을 했으니 그때까지만 연기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국연합은 17일(금)에 함께 철수한다고 했지만 대표를 만나지 못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13일(월)에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전국순회 기도 및 서명운동을 마친 천주교연대와 합류해서 19:00에 문화관 2층에서 300여명이 미사를 봉헌했으며, 그 동안 성모동산에서 매일 20:30경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고 하며, 우천시에는 빈 공간을 활용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성당 언덕에는 범민련 천막 1동 10여명, 전국연합 1동 10여명,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천막 1동 4-5명, 천정연(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막 1동 10여명 등 총 천막 4개동 35명여가 농성 중이다. 이 중 범민련만 "8.15범민족 통일축전 관련 사전영장발부"에 관한 문제이고 3개 단체는 "국가보안법철폐"에 관한 문제로 농성 중이다.
9월 18일(토)
11:00경부터 언덕이 소란스럽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4개 대학 300여명이 "대학정책의 올바른 방향설정과 등록금 인하"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산을 쓰고 있어 계단이 꽉차 보인다. 게다가 토요일인 관계로 6대의 혼배미사가 함께 봉헌되고 있어 차와 사람들이 엉겨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 안내실 직원들도 흠벅 비를 맞으며 차량정렬에 온 정신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고, 이곳저곳에서 항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11:10경 범민련 대표 4명을 만났다.
그 동안 들은 내용에 대해 말하고 향후 일정에 대해 물었다. 들은 내용 그대로 이며, 재판연기 신청을 냈는데 어떻게 될지는 28일(화)에나 알 수 있다고 하다. 만일 재판이 연기되면 어떤 상황이 되는가를 물으니, 다음 재판은 11월 5일에나 열리게 되고, 사전영장발부된 4명은 그때까지 꼼짝을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10월에는 행사도 많은데 성당측에도 문제가 따른다고 말한 후, 그 대안으로 4명이 기거하도록 천막을 한개동으로 줄여 달라고 하자, 한 동은 전국연합 천막이라며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 전국연합과 상의 할테니 범민련은 지금처럼 한 동의 천막만을 쓰도록 하고, 재판연기 상황이 결정되면 다시 논의 하자고 한 후, 헤어졌다.
12:00경 삼청피해자 대책위 1명을 만났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었지만 워낙 피해의식이 강해 평행선만을 걸을 뿐, 도저히 대화에 진전이 없어 한 시간여를 듣고만 있었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마음의 응어리를 풀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풀릴 문제는 분명 아니리라. 이미 점심은 포기했다. 자신의 투쟁여정, 피해자들의 문제, 삼청교육대에서 당한 처참한 상황, 이 후 사회의 냉대와 잊혀져 가는 진실에 대한 울분, 그 속에서 당하는 또 다른 인권의 유린, 언론메체들의 무성의, 정치인들의 작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울분과 한들을 토해 놓는다.
휴~~~~~~, 양 손에 든 철 지팡이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우산을 들 손이 없어 그렇게 쏟아지는 빗속을 천천히 걸어 나간다. 칠순이 가까운 노인의 머리며 양복은 금시 비로 흠벅 적어든다. 쫒아가 우산을 바쳐드리고 싶다. 그러나 왠일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이 비를 흠뻑 맞으시며 마음껏 눈물이라도 흘리시지나 안을까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 연세에 그토록이나 오랜 새월을 오직 진실과 빼앗긴 인권을 되찾으려는 일념으로 살아오신 분이 언제 한 번이라도 마음껏 울어 보셨을까? 차라리 이 비를 맞으며 빗물로 눈물을 삼기를, 그리고 마음껏 눈물을 흘리시며 마음이 후련해 지시기를 바랄 뿐이다. 하느님! 그런데 왜 제 마음이 이토록이나 절여오는가요? 어쨌으면 좋겠습니까?
16:20경 쯤, 전국연합과 범민련 연대 "국가보안법 철폐 공동투쟁위원회" 300여명이 언덕을 채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움직여 본다. 그러나 끝내 대표를 만날 시간이 없어 지나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비는 부슬부슬 여전히 내리고 저녁도 거른채 이제는 조용하고 컴컴한 명동이 보인다.
9월 19일(주일)
08:30경, 멀리서 고성이 들려오는 듯 하다. 밖을 내다보니 성당 안내를 맞은 신자분들과 천막농성 중인 사람들인 듯 보이는 사람들과 언쟁을 하고 있는 모습같아 보인다. 나가려는데 흩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잘 해결이 된 모양이다.
14:30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천주교 연대 대표 6명이 찾아 왔다. 아침 08:30경에 있었던 문제에 대한 항의를 하러왔다는 것이다. 15:00에 교리가 있으니 요점만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제의 요점은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려다 마찰이 생긴 것 이었다.
왜 이때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어제 회의에서 주일에는 오전 중에는 성당마당에 차량주차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 잘 지켜지지 않고, 봉사자들만 계성초등학교에 주차하도록 하는 것이 지켜지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청년단체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판매한 이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도우려는데 정리해 둔 쓰레기가 자꾸만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안내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후, 첫 날이었는데....오비이락일까? 아니면 20여년 가까이 이런 상황에 있다보니 날카로와진 것일까? 늘 새로운 단체가 들어오면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대표를 불러 문제를 정리해야 하겠다.
16:30, 아침에 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성당마당에 주차된 차가 있어 이를 방지했는데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문신부님 차였단다. 미리 알려주었다면 차량을 주차할 곳을 정해 주었을 텐데.... 또 대표를 불러야겠다.
19:30, 13일째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단식기도회 중인 신부님 한 분이 찾아왔다. 너무도 최초한 모습이었다. 여러가지 문제들이 자꾸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하러 왔다는 것이다. 동감하는 바이고 그러려고 했는데 잘 왔다고 말한 후, 대화를 위해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무국장을 대표로 해 왔으니 나머지 문제는 사무국장과 논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의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헤어졌다.
그 동안 참으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단식농성을 한다고 했지만 우리민족 서로돕기 대표인 서경석 목사님을 제외하고는 정말 단식을 했는지 가끔은 물었었다.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두 손을 꼭 잡고 "건강에 유의하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