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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0월 5일 (토)연중 제26주간 토요일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성지순례 후기 나눔터
[순례후기]팔레스티나 성지 순례(2006. 6. 19.)-03일차

17 가톨릭교리신학원 [cci] 2006-10-24

사흘 : 6월 19일(카이로→시나이)


카이로의 일상이 시작되는 아침, 드디어 출애급의 여정이 시작된다. 우리는 카이로에서 출애급을 시작한다. ‘애급’을 떠나 우리는 ‘광야’를 향할 것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했듯이 사막의 밤은 신비스러울 것이다. 모든 성인성녀가 그리워하던 사막은 그 ‘아무것도 없음’으로 인하여 새로운 영성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하는 은총의 장소이다. 우리는 고대로 돌아갈 수 없다. 2006년의 오늘,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순례이다.


나일강을 지난다. 도시가 온통 희뿌옇다. 경찰국가 이집트. 계엄령하의 이집트. 어둡고 음울하다, 그들의 눈망울처럼. 그 눈망울들의 깊이 모를 우울이 자꾸만 걸린다.


수에즈 터널을 지나 시나이 반도로 들어서 달린다. 오래된 먼지의 땅. 길고 긴 땅이다. 반짝이는 이집트는 없다. 더욱이 가난하고 힘도 없다. 남루한 흙먼지만 끝없이 날린다. 3500여 년의 오아시스가 있었을 우윤무사(모세의 우물)에 도착한다. 대추야자 나무가 위용을 떨치고 선 오아시스. 갈대 바다를 떠나 수르 광야로 접어들어 사흘을 걸은 히브리인들이 비로소 발견한 샘물. 하지만 그 물은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 ‘괴로운 쓴 맛’의 우물을 ‘마라’라고 하며 대체 무엇을 마셔야 하느냐고 불평한다. 그리고 하느님은 모세를 통하여 단 물을 주신다.


아직도 물길을 안고 있는 우물 가로 원달라를 외치는 어린 소녀들, 비드팔찌 등을 파는 몇 개의 노점이 그늘을 만들고 서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일상을 지난다. 그들은 태양을 이고 새까만 아이는 태양빛 속에 자란다. 소녀의 눈은 하염없이 홍해를 바라보고 있다.


수에즈 홍해가 펼쳐진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빛깔. 블루사파이어다. 하지만 반대 방향은 거친 광야가 끝없다. 바람이 휩쓸어 온 ‘비니루’들이 광야의 키 작은 풀들에 엉클어져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듬성듬성 피어있는 풀포기, 가슴이 덜컹거린다.

 

 

 

마라의 샘

(그 괴롭고 쓴 맛의 샘. 저 너머로는 아름다운 홍해가 펼쳐지지만 반대쪽은 가도가도 돌산이다.)

 

이집트는 임시로 사는 곳 같다. 금방이라도 일용품을 싸들고 길을 나서야 할 것 같은 임시 숙소. 아늑함도 평온함도 느낄 수가 없다. 주님은, 풍요를 통해서도 찬양 받으시고, 이 불모지들을 통해서도 찬양 받으소서. 아름다운 땅을 보며 당신을 생각하고, 마르고 뜨거운 땅을 보면서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나마 이 땅에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니 다행이다.


아름다운 홍해의 어느 모퉁이에 내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유황온천에 들어간다. 돌산에 만들어진 동굴이다. 역한 유황냄새 속으로 들어가니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아예 땀으로 목욕을 하며 숨을 고른다. 이 숨 막히는 순간조차 내 죄보다는 덜 뜨거울 것이다. 온통 달아오른 몸으로 동굴을 나오니 홍해의 바람이 거칠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땀을 말려버린다. 유황이 홍해로 흘러드는 물길에 발을 담그니 데일 듯이 뜨겁다. 홍해에 발을 담그고 몸을 식힌다. 물론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이제 수르 광야에서 신 광야로 향한다. 도중에 시띰 나무 아래서 수박을 쪼개 나눠 먹고 구약시대의 르피딤 골짜기를 찾아간다.


인적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곳에 5세기경에 지어진 여자 수도원이 고즈넉이 있다. 손을 씻고 미사를 준비한다. 미사 내내 뾰롱뾰롱 새들이 함께 지저귄다. 게다가 파리형제들이 덩달아 하느님을 찬양하느라 사방팔방으로 날뛰고 있다. 눈과 입술에 앉은 녀석들은 입으로 후 불어도 영 소용이 없어서 줄곧 손으로 날리느라 분주했다. 옆에 계신 분들도, 맞은 편 분들도 다들 고생하는데 신부님만은 고요해 보인다. 아무래도 파리형제들이 신부님한테는 안 붙는 것 같다.


르피딤에 진을 친 백성들은 목이 말라, 어쩌자고 이집트에서 데리고 왔느냐고 불평하며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가, 계시지 않는가” 하며 주님을 시험했다. 마싸와 므리바.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는 한가?”를 묻기 전에 “내가 하느님과 함께 있는가?”를 생각하라. 신부님은 강론에서 악인에게 맞서지 말라는 말씀을 잘 이해하라고 강조하신다. 그것은 앙갚음(보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처럼 ‘사랑으로 공격하라!’

 

 

 

 

르피딤 골짜기의 여자 수도원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이집트를 떠난다. 광야 마을의 처녀들이 웃으며 지나간다. 저 처녀들은 무슨 꿈을 꿀까. 그 생각과 꿈들에 축복을! 고지대라 귀가 먹먹해진다. 마치 메테오라 같은 느낌이 드는 시나이 산 근처의 카타리나 산장에 도착해 하루를 접는다.

 

 

해가 지고 있는 르피딤 골짜기

 

 

시나이 산장 카타리나 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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