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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0월 5일 (토)연중 제26주간 토요일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성지순례 후기 나눔터
[순례후기]팔레스티나 성지 순례(2006. 6. 23.)-07일차

21 가톨릭교리신학원 [cci] 2006-10-24

이레 : 6월 23일
카파르나움→필리피의 카이사리아(바니야스)→텔단→코라진→타브가(진복팔단성당, 빵과 물고기의 기념성당, 베드로 수위권성당)→갈릴래아 호수 위에서 묵주기도


아침. 저만치 티베리아가 바라뵈는 겐네사렛 호수에 흰구름이 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어느 날 당신이 이 물길의 어느 켠쯤 시선을 주셨을까.


막 떠오른 태양이 아늑한 빛을 주는 호숫가에서 뼛속까지 고요해진다.

 

 

 


겐네사렛 호수의 아침

(멀리 티베리아가 보인다.)


카파르나움, 위로의 마을이라는 뜻의 작은 마을에 도착해 ‘예수의 도시(The town of Jesus)'라는 문패가 붙어 있는 집 앞에 선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에 문이 열리자 베드로 사도와 프란치스코 성인이 우리를 반긴다. 베드로의 집이 있었다는 터에 세워진 팔각형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예수성심축일, 잠시 묵상한다. 이스라엘 순례의 시작이다. 마음의 평화부터 유지하며, 생생하게 이 순간들과 맞닥뜨리자.


예수님 시대에도 회당이 있었던 자리에 남아 있는 화이트 시나고그의 기둥들과 전시된 유물들을 둘러보고 필리피의 카이사리아로 향한다.


아직 지뢰가 묻혀있다는 골란 고원을 지나고 있다. 헤르몬 산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와 농경지를 적시기 때문에 농경지가 넓고 좋아서 체리, 복숭아, 사과 등이 풍성하고, 가장 좋은 포도주를 빚는 포도도 이곳에서 재배된다니 얼마나 각축의 땅이었을지 가히 상상이 된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 때 시리아로부터 갈릴래아의 물길을 확보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는 산 아래 길에 잠시 내려서 멀리 헤르몬 산을 바라본다. 갈릴래아로 흘러드는 요르단 강의 발원지. 헤르몬 산 아랫마을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느닷없이 이스라엘과 시리아로 갈라진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한 주간의 소식을 눈물로 주고받는 풍경이 벌어진단다. 시편과 아가서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헤르몬 산 주변으로 인간의 파란만장한 삶들이 얽히고 설킨다.


보랏빛 이쁜 엉겅퀴가 누렇게 마른 풀들 사이에 피어나 있는 림로드 성채 위 길을 구불구불 달려 바니야스에 닿는다. 헬레니즘 시대부터 있었던 만신전의  비어 있는 벽감들로 이제는 산새들만 날아들고, 우리는 다시 무화과나무 깊은 그늘로 들어 서 바니야스 폭포를 보러 간다.


아직도 유물들이 발굴되고 있는 카이사리아. 유도화가 가을 코스모스처럼 길게 핀 길을 따라 가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편도나무와 여러 종류의 참나무들이 우거진 길을 내려간다. 거기 참으로 청량한 물길이 쏟아져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물인지. 요르단 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원류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곳이다. 아마도 학교에서 함께 온 듯한 유다 아이들이 왁자지껄하다. 아이들의 크고 깊은 눈을 바라보며 몇 마디 나누다 샬롬하고 헤어져 텔단으로 간다.

 

 

 

필리피의 카이사리아(바니야스)
(신들의 자취는 사라지고 안내 표지판만 남아 있는 바니야스와 아름다운 물길이 쏟아지는 바니야스 폭포)

 

길가에 덩그마니 놓인 이정표 주위로 풀꽃들이 무성하다. 이스라엘인에게는 유원지여서 많은 사람이 휴식을 취하러 온다는 이곳은 아보카도며 유칼립투스며 이름 모를 무수한 나무들과 말 그대로 기화요초가 마치 정글처럼 우거져 있다. 유칼립투스가 둘러싼 단 지파의 땅. 단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요르단으로 흐른다. 물살이 얼마나 거센지 포말을 일으키며 뛰어간다.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단 지파의 삶의 터를 찾아드니, 성문이었던 자리에 세월이 모랫바람을 쌓아 작은 언덕을 이루어놓았다. 금송아지를 모셨던 제단을 새로 만들어놓았다. 제단은 절대자를 체험한 이의 표현행위다. 무수한 제단들. 신과 보다 가까이 살던 이들의 잦은 체험.  


낯선 이정표들을 지난다. 그러나 어디든 주님의 땅.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밭을 지나 점심을 먹으러 간다. 베드로고긴지, 숭어인지 암튼 맛있는 숲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는다.


점심을 잘 먹고 올라탄 버스 안은 출렁거리는 물결같다. 다들 깊고 행복한 잠에 취한다.


갈릴래아로 가는 길에 코라진에 들른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일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마태 11,21). 오랜 세월 먼지와 모랫바람이 쌓여 줄기가 땅에 묻힌 고목이 맞이하는 코라진의 풍경은 황량하다. 다만 노랑, 분홍, 보라, 빨강, 흰 꽃들만이 피어 있는 한 켠에 시나고그 터라고 추정되는 유적이 있다. 그곳에 2, 3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모세의 의자’가 남겨져 있었다.

 

 

 

코라진의 황량한 풍경
오랫동안 모랫바람이 몰고 온 흙이 쌓여서 나무 줄기가 땅에 묻히고 있다. 시나고그에서 발견된 이 현무암 의자는 2, 3세기 것으로 모세의 자리라고 불린다.

 

아름다운 호수가 바라뵈는 언덕에 세워진 진복팔단성당에 간다. 그날 주님이 주신 위로, 기쁨. 그 울림이 뜨거운 갈릴래아의 태양 속으로 스며온다.


‘일곱 개의 샘’이라는 뜻의 타브가에 있는 또 하나의 성당, 빵과 물고기 기적기념 성당에는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있다. 제단 앞 바닥에는 두 마리의 물고기와 네 개의 빵이 그려져 있는데, 빵 하나는 미사 때 사제의 손에 들려 있다. 또 갈릴래아 호수의 새와 물고기, 짐승들과 꽃을 묘사한 모자이크도 있는데, 뱀에게 위협 당하는 작은 새들을 큰 새가 보호하고 있다. 그 큰 새, 즉 예수님을 상징하는 펠리컨은 지워져서 거의 여백으로만 남아 있었다.

 

 


진복팔단성당과 성당에서 바라본 갈릴래아 호수

 


 

 

빵과 물고기 기적 기념 성당과 제단 모자이크

 

예수님이 제자들과 빵과 물고기를 드셨다는 바위, 멘사 크리스티(주님의 식탁, mensa Christi) 위에 세워진 베드로 수위권 성당은 공사중이었다. 많은 순례자들로 어수선한 그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셨다는 작은형제회 수사님이 기도하고 계셨다. 공사중이라 멘사 크리스티는 보지도 못하고 나오는데 무슬림의 기도 시간인지 한 남자가 쥐엄나무 아래 풀밭에서 절하며 기도하고 있다.

 


베드로 수위권 성당 정원의 조형물


예수님 시대의 고깃배를 복원했다는 배에 올라 묵주기도를 드린다. 어부들도 쉬이 보기 어렵다는 펠리컨들이 떼 지어 호수 위를 날아오른다.


안식일이 시작되서 많은 유다인들이 와 있다. 이곳에서의 두 번째 밤,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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