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평> 로드 투 퍼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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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최용혁 [bezart] 20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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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평가 : ★★★★
(이 글은 29일자 청년주보에 올린 글에 좀더 살을 붙였습니다.)
오래간만에 괜찮은 갱스터 무비가 상영되었습니다.
바로 <로드 투 퍼디션>이죠.
제목을 그대로 해석하면 "Perdition으로 가는 길"쯤 되겠는데,
영화 내에서는 지명으로 쓰였지만 Perdition의 본뜻은 파멸, 멸망입니다.
그러니까 제목만 보자면 상당히 암울하고도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요.
영화는 조직 내의 촉망 받는 한 조직원(톰 행크스)이
보스의 아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쫓기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들에 대한 부성애가 부각되기도 하지요.
결국 주인공이 보스와 그 아들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골자입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약간 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을 4개밖에 안준 겁니다.
전해주는 메시지도 약하고 가족애와 같은 할리우드식 단골 손님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아메리칸 뷰티>의 감독 샘 멘데스와
톰 행크스, 폴 뉴먼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어우러지면서
연기, 촬영, 연출 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참으로 깔끔한 영화를 보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우린 계속적으로 강요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세속적인 기준,
"복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수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내가 받은 만큼 퍼부어야만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일까요?
강론 시간에도 줄창 얘기했지만 보편적인 정서이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정서가 바로 복수입니다.
아마도 원작자는 Perdition이라는 제목을 통해
복수의 결말이 파멸일 뿐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의 아들은 영화 내에서 그 복수의 연결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하찮은 일에서도 그 경중을 따져 당한 만큼 주고 준 만큼 당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
그런 저울질 안에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언제쯤 손해보는 것에 익숙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