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평>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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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최용혁 [bezart] 200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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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
어제 추석 특집으로 TV에서 보여준 <비상계엄>을 보셨나요?
전 괜찮은 액션영화 하나 보고 자려고 TV를 틀었다가
또 뒤통수 한 방 먹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영화를 추석 특집으로 내보낸 방송국의 용기도 대단하군요.
9/11 테러가 있기도 전에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제작자는 어쩌면 9/11 테러를 미리 예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갑작스런 테러를 쫓는 한 FBI 형사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테러는 점점 잔혹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결국 그 배후에는 아랍인들이 있다는 게 밝혀지고
그들을 색출하기 위해 뉴욕 시내에 비상계엄령이 발효되면서
뉴욕시는 아비규환의 상태에 빠집니다.
영화의 초점은 테러와 이를 응징하려는 미국 권력자들에 맞추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테러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테러를 응징하는 폭력 역시 용납될 수 없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뉴욕시에 벌어지고 있는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군 사령관이 행하는 작태, 또 이에 항거하는 세력들.
물론 영화 내에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는 미국인의 오만함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뉴욕시가 테러를 당하면 전세계의 도시가 테러를 당한다는 식의 대사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반화이죠.
(뉴욕은 절대 전세계를 대변할 수 없고 테러라는 것이 극히 정치적인 문제로
한 나라 안에 벌어진 테러가 다른 나라에 그냥 소급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군더더기를 제외하면 영화는 미국인들 자신의 문제를 잘 꼬집고 있습니다.
한 번도 자국 군대에 피해를 입어보지 않았던 미국인들이
자국 군대의 무모함과 오만함을 지적하고 있으며,
(문득 우리나라에 주둔해있는 미군놈들이 생각납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얼마나 수많은 아랍인들을 죽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영화적인 특성상 문제를 작게 축소시켰지만 그런 미국 정부의 행태가 어이없게도
자국내 정치적인 갈등과 연관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미국 정부와 군대의 치부를 미국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이죠.
물론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그런 문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을지 알 수 없지만 말이죠.
더불어 아직도 미국내에 만연해있는 유색 인종차별,
이슬람 민족을 멸시하는 아랍권 인종차별 등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묵시록에 나오는 악마의 모습이
전세계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현미국 정부와 그 군대의 모습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묵시 12장 참조)
캐스팅이 정말 오묘한데 미국 지성을 대표하는 덴젤 워싱턴과
어글리 아메리칸을 대표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대결 구도는 진짜 흥미롭습니다.
미국 내에 덴젤 워싱턴과 같은 지성인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곧 있으면 남북이 함께 미국에 대항하는 영화가 촬영된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암튼 뜻하지 않게 재밌게 본 영화 <비상계엄>,
안보신 분들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