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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 베드로의 통곡

19 김재환 [atinus] 2006-03-26

 

*사순절 묵상

            시몬의 통곡

“이제 곧 너희는 모두 나를 버릴 것이다”(마르14:27) ‘내가 칼을 들어 목자를 치리니 양떼가 흩어지리라’고 기록되어 있는 대로 오늘 밤 너희는 다 나를 버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살아나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 (마태오26:31,32)

 

  너무나 뜻밖의 말씀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비록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마르14;29) 하늘에 맹세코 진심이었다. 입술 끝으로 나불거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분은 나의 진심을 아랑곳도 아니 하시는 듯, 내 얼굴을 똑 바로 들여다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내 말을 잘 들어라. 오늘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마르14:30)

 

  기가 막혔다. 마음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다만 더욱 힘주어 “주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주님을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14:31) 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자 다른 형제들도 모두 같은 말을 하였다. 그러나 그분이 체포당하시자 우리는 모두 달아났고 그날 새벽에 나는 대사제 관저에서 말씀 하신 그대로 세 번이나 그분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말았다. 두 번째 우는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는 정신을 차렸으나 이미 일은 저질러진 다음이었다. 고개를 쳐드니 주님은 “몸을 돌려 나를 똑바로 바라보셨다”(루가22:61)

 

  나는 땅에 슬어져 슬피 울었다.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얼마나 쓸개 빠진 허수아비인지, 또 얼마나 교활한 들짐승인지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였다. 지난 2년 동안, 그분은 나를 한번도 외면하지 않으셨건만, 나는 그분이 외로운 처지에 빠졌을 때 외면하였던 것이다.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눈물은 마음을 맑게 해 주는 무슨 묘약인 것 같다. 실컷 울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갈아 앉은 것 같았다. 우리는 그분의 인자한 눈동자 앞에서, 다만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따름이다.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누가 또 다시 다가와 “예수와 한 무리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참으로 두려웠다. 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아아, 그분은 이렇게 우리 모두가 도망 친 가운데 홀로 그 험한 골고타 길을 걸으셨고 그 삭막한 해골산 꼭대기에서 마른 나무 위에 달려 숨을 거두셨다!

 

   내 입이 만 개가 있다한들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주님, 당신의 십자가를 생각하면 시몬은 말문이 닫힙니다. 그 깜깜하고 삭막한 가시밭길을 당신 홀로 걸어가시게 하다니요! 시몬은 이미 그때 죽었습니다. 허둥지둥 당신의 십자가를 등지고 도시의 뒷골목 다락방으로 숨어들었을 때. 당신의 손발에 박히는 못 소리를 외면하고 눈을 감았을 때, 이미 시몬의 생명은 불꽃을 잃은 것입니다. 그렇게 죽어있는 나에게 당신은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날 밤 게쎄마니 동산에서 잠자고 있는 나를 부르시고 깨우시던 주님, 떨고 있는 다락방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주님, 참으로 시몬은 할 말이 없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부르시고 깨우시는 주님, 언제나 이놈을 곁에 두고 싶어 하시고 용서하시고 꾸짖으시고 바라보시는 주님, 결코 이제는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나의 장담이 되지 말게 하시고 내 속에서 말씀하시는 당신의 말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죽음, 그 외롭고 아프고 억울하고 수치스런 죽음을 이 몸으로 죽을 수 있게 하옵소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제발 배신만은 하지 않게 하옵소서. 아멘                                

사순절을 보내면서  김아오스딩 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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