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당과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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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김동호 [dh58k] 20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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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뉴스 > 칼럼 > 교회는 누구인가 ‘교회’와 ‘성당’의 혼란 속에서 [교회는 누구인가-신성국] 2010년 12월 11일 (토) 16:27:04 신성국 . 나는 1990년 중반에 공군 군종 신부로 5년을 복무한 적이 있다. 한국의 군대 안에는 세 가지 종파가 군 선교를 하고 있는데 천주교회, 개신교, 불교이다. 그런데 종교 명칭에 대한 용어 사용에 있어 모순성을 담고 있어 군 안에서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이 문제는 군 안에 국한된 문제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종교 명칭을 부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의견을 개진해본다.
군대 전화번호부에 나타난 종교 명칭들내가 90년대 중반에 군종신부로 근무할 당시 공군 본부에서 발간한 전화번호부 안에 기재된 종교 명칭은 다음과 같았다. 개신교는 ‘교회’, 천주교회는 ‘성당’으로, 불교는 ‘법당’으로 표기하였다. 공식 기관에서 통용되는 공식 용어는 표준(Criterion)을 근거로 하여 사용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군대의 종교 명칭은 표준이 없이 왜곡, 모순성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종교를 표준을 삼았다면 3개 종파의 명칭을 개신교, 천주교회, 불교로 표기해야 한다. 종교적 예배의 건물과 장소를 표준으로 삼았다면 개신교는 ‘예배당’, 천주교는 ‘성당’, 불교는 ‘절, 또는 법당, 사찰’로 그러나 공군 본부의 전화번화부에 게재된 종파의 용어는 공식 표준이 없이 사용되어졌다.
나는 공군 본부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그 후에 시정되었다. 내가 이글을 통하여 종교 명칭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천주교 신자들과 개신교 신자들, 비종교인들이 일상 안에서 종교 명칭을 잘못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의 의식 안에서 교회는 ‘개신교’를 지칭하고, 천주교회는 ‘성당’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져 버렸다. 천주교 신자들과 대화 중에 “이웃 집에 사는 000는 교회를 다니고 000는 성당을 다녀.”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천주교회는 ‘성당’으로 표현하고, 개신교는 ‘교회’로 표현하고 있다. 나의 군대 경험 안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종교 호칭을 이렇게 사용하였고, 이민 사회 안에서 마찬가지로 똑같이 통용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종교적 표준을 따라 보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개신교는 ‘예배당’, 천주교회는 ‘성당’으로 불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표준을 상실하였다.
▲ 사진/한상봉 기자
언어는 문화적 코드현재 한국인들 안에서 ‘교회’라는 용어가 개신교를 지칭하는 의미로 굳어지는 현실은 앞으로 천주교회가 입을 심각한 폐해를 예상하게 만든다. 언어는 오랜 생활 습성 안에서 몸에 밴 문화적 상징 코드이다. 언어 안에는 역사, 정신, 의식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들 일상 안에서 ‘교회’라는 용어가 개신교를 지칭하는 독점적인 단어로 자리 잡을 경우 그리고 ‘성당’이라는 용어가 천주교회를 지칭하는 단어로 한정될 경우 그 피해와 손해는 한국 천주교회가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다.
가톨릭 신학과 교리 안에서 ‘교회’ 용어?이런 맥락 안에서 몇 가지 혼란의 예를 들고자 한다. 가톨릭 신학교에서 ‘교회론’과 ‘세계 교회사’, ‘한국 천주교회사’ 과목이 있다. 만일 우리가 ‘성당 = 천주교회’로 칭한다면 ‘교회론’ 대신 ‘성당론’, ‘세계 교회사’ 대신 ‘세계 성당사’, ‘한국 성당사’로 모두 변경해야 할 것인가? 일부에서 이를 극단적인 예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오늘날 ‘교회’라는 용어가 개신교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당연히 ‘교회론’은 ‘개신교’를 취급하는 도그마로서, ‘세계 교회사’는 개신교 역사를 다루는 학문으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 천주교회 신자들이 ‘교회’라는 용어를 버리고, 건물 중심인 ‘성당’을 고집할 경우 ‘교회’ 용어는 개신교로 넘겨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예배당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개신교군종 신부로 있으면서 군대 안의 종교 건물 마다 자신의 종교를 알리는 간판을 새겨 표기한다. 개신교는 ‘광성대 교회’, 천주교회는 ‘광성대 성당’, 불교는 ‘호국사’ 등등 종교 건물에 이름을 새긴다. 개신교는 자칭 ‘예배당’이라는 간판을 걸지 않는다. 그들은 ‘예배당’이라는 말을 폐기한지 오래되었다. 그들은 ‘교회’라는 용어를 고집한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 구성원들은 ‘교회’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성당’으로 즐겨 쓴다. 한국 천주교회의 이런 태도가 과연 옳고 잘하는 일인가?
개신교 신자들은 “저는 예배당 신자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는 교회 신자입니다” “저는 00교회 다닙니다” 그러나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저는 성당 다닙니다”, “저는 00 성당 신자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구분한 ‘교회= 개신교“와 ‘성당= 천주교회’에서 어떤 용어가 더 성서적이고 신학적인가? 가톨릭적인가?
당연히 ‘교회(Ecclesia, Church)'는 성서적, 신학적 용어이다. 성당(Chapel)이라는 용어는 ‘거룩한 건물, 장소’의 명칭으로서 협소하고 국한되어 있다. 즉 ‘성당’은 건물 중심의 용어이다. 그러나 ‘교회’는 하느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성전, 부르심 받은 공동체라는 풍부하고, 다양한 의미의 뜻을 품고 있다. 이렇게 좋은 '교회'의 의미와 신학적 용어를 포기하고 갈라져 나간 개신교의 고유 용어로 넘겨주어서도 인정해서도 안된다.교회의 기원과 의미는 성서로부터, 그리고 사도들이 즐겨 사용한 ‘크리스찬 공동체’이다. 교회라는 용어 안에는 구원적, 신학적 의미를 풍부히 담고 있는 가톨릭 교회를 지칭하는 독점적이고 고유한 단어이다. 사도시대로부터 이어져 2000년간 지속돼온 가톨릭 교회의 고유 명칭인 ‘교회(Ecclesia)’가 한국민들에게는 개신교를 지칭하는 고유 용어로 뿌리내리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곁코 안된다. 이를 하루 빨리 시정 개선해야 할 절박성을 호소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의 가톨릭 신학자들, 교회사학자들, 주교들, 성직자들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교회, 우리 신앙의 기반이고 목표이고, 방법우리가 주일마다 미사 때 외면서 고백하는 신앙 내용은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교회를 믿나이다.”이다. 사도들이 물려준 신앙은 ‘교회=가톨릭 교회’이다. 이는 우리 신앙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보물을 간직하고 우리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구원의 기관이다. 건물과 장소인 성당은 형식상의 하나의 도구이고 수단일 뿐이다.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우리 신앙의 기반이고 목표이고, 방법이다.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성당은 아무 의미를 지닐 수 없다. 즉 교회는 우리 신앙의 완전한 근거이다. 따라서 우리가 ‘성당= 천주교회’이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것은 본질을 잃고 비본질적 수단에 매여있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가톨릭 신앙의 중심 단어인 ‘교회’를 일상의 안에서 ‘교회 = 개신교’로 지칭하고 있는 것은 가톨릭 신앙에 대한 부정을 저지르는 모순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신앙적 모순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 세대에게 이어질 것이고. 그들은 ‘교회’라는 용어를 천주교회와는 무관한 개념으로 의식화 될 위험성(Risk)을 안고 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신앙의 선배들이 잘못된 용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후손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됨을 분명히 자각하고 ‘교회’라는 용어를 회복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현장의 교회 안에서나는 지금 캐나다 동부의 작은 지역 Saint John시에 캐나다 현지 천주교회 보좌 신부겸 한인 담당 신부로서 사목하고 있다. 이민 교우들 역시 ‘교회 = 개신교’, ‘성당 = 천주교회’가 입과 몸에 배어있다. 내가 이러한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수없이 강조해도 오랫동안 몸에 배서 시정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한국 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용어에 물들고,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미 몸에 배어 있으니 포기하고 그대로 두라고 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이런한 언어 문화를 대수롭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개신교는 ‘교회’로 고착화되어 그들의 고유 용어로 전유물이 될 것이고, 천주교회는 ‘교회’ 아닌 ‘성당’으로 고착되어 풍부한 성서적 의미의 교회상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다. ‘교회’를 지켜내지 못한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사도들 앞에서 어떤 낯을 들어야 할지 부끄러울 뿐이다. 훗날 천주교회가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교회와 천주교회는 무관한 미래도 예측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선 북미주 한인 천주교회에서부터 교회 용어 바로 쓰기 운동을 전개하여 교우들에게 교회 정체성과 가톨릭 신앙 정체성을 올바로 심어주는 화급한 당면 과제에 발벗고 나서려고 한다.한국에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하여 언론에도 기고하고 주교들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그리스도로부터 창립된 교회이고, 사도들의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이다.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의 책임을 지고 교회의 신앙적 보물과 전통적 유산을 올바로 계승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풍부하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를 가진다. 따라서 ‘교회 = 개신교’, ‘성당 = 천주교회’라는 잘못된 등식을 타파하여 가톨릭 교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올바른 교회상을 구현하는 일에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신성국 /신부, Canada Saint John 교구 주교좌 보좌신부 겸 한인 공동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