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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11월 21일 (목)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볏골까치
[신앙체험]기도:최희윤 레지나

122 베드로 [shinij] 2002-05-01

                                    기도

 

 

                                                최희윤 레지나 (12구역 1반)

 

 

하루 이틀 열흘 보름, 피가 마르게 기다려도 아무 대학에서도 연락이 없다. 나는 물론 성당의 자매님들도 기도해 주셨는데...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항상 이야기 해왔는데...

하늘이 온통 잿빛이고 딸애의 얼굴 보기도 민망하다. 기도가 잘 되지 않고 자꾸만 회의가 온다.

‘하느님, 너무하시는 거 아니예요?’

불편한 마음으로 3월2일 아침에 호스피스 활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 마리아 할머니는 말기암으로 살이 썩어 구멍이 뚫리고 고름이 줄줄 흘러 상처를 소독하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할머니는 치료하는 며느리의 손을 잡으며 그만 하라고 애원하시고 곁에서 시중드는 나는 어서 이 참혹한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대소변 냄새, 피고름 냄새, 살이 썩는 냄새를 맡으며 묵묵히 시중드는 며느님이 너무 숭고해 보인다. 얼마나 힘드실까, 한 두 해도 아니고.

며느님은 그래도 오직 시어머니 걱정뿐이다. 잘 잡숫지 못해 안타깝고 친척들의 왕래가 뜸해 시어머님이 적적해하심을 마음 아파한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집으로 오면서 안 하리라던 기도를 나도 모르게 다시 한다.

“주님, 마리아 할머님을 불쌍히 여기소서.”

기도하는데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껍다.

“주님, 제 비위도 튼튼하게 해주세요.”

집에와 현관문을 여는데 큰애가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빨리 받아 보세요. 대학에서 온 전화예요.”

급히 전화를 받으니 합격을 축하한다며 오후 5시까지 입학금을 내라고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정신 없이 집을 나선다. 딸이 따라오면서 애기한다. 며칠 전부터 몇 군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마음에 안 들어 말하지 않았노라고.

주님은 우리 아이의 마음에 꼭 드는 대학을 열심히 찾고 계신 동안 나는 주님을 열심히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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