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을 잡아주는 사람:김광한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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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베드로 [shinij] 200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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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아주는 사람
김광한 안드레아 교리봉사자회
일찌기 사도법관으로 널리 알려진 김홍섭 판사는 시간있을 때마다 강원도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식물채집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갈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한사람이라도 더 그리스도의 품안으로 인도하고자 판사라는 다소 권위적인 신분을 떠나 하나의 신앙인으로 대해 미신과 아집으로 일관된 사람들에게 자신의 따듯한 손을 잡아주는 일이었습니다. 죄인에게 형벌을 과하는 일보다 한사람이라도 더 그리스도의 뜻을 이해시켜 이 세상에서의 참된 행복을 누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법관이기 이전에 신앙인 이었고 하느님의 사도였던 것입니다.
<천국의 열쇠>의 저자인 A.J 크로닌 경은 의사였지만 좋은 글을 남긴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분이 남긴 글들은 지금도 남아서 ’성채,인생의 도정에서 등등’ 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을 다스리는 촉진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욕심과 아집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서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것이 그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달았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을 내것으로 취득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것이 물건이 될 수도 있고, 권력, 또는 그 외의 어느 것도 될 수 가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마련이란 것은, 세월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하느님의 손을 잡고 그 손을 잡아보지 못한 사람에게 다시 잡아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듭니다.
서론이 길어지면 본론이 재미가 없다는데, 아무튼, 제가 우리 성당의 교리봉사자로 나름대로 봉사한지도 5개월이 됐습니다. 처음 성당 쉼터 근처에서 얼쩡거리다가 성당의 좌장 수녀님인 김 화밀리아 수녀님에게 적발(?)이 돼 순전히 타의로 교리봉사를 하게 됐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예비자님들에게 저의 지나온, 다소 탐탁치 못한 삶 속에서 찾은 하느님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그분들과 함께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태어난 장소, 걸어온 길, 생각, 가치관들이 각기 다른 분들에게 이것이 옳은 것이다, 그러니 나를 따라야한다는 것은 여간해서 받아드리지 못하는 어떤 혼돈 같은 것들일텐데, 이것을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 여간 어렵지 않은 화두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예비자분들은 직업과 삶의 궤적들이 달라서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다는 등>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어떻게 그들의 생활속에 접목시켜주느냐 하는 문제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우리성당의 훌륭하신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모두 해결해주실 테고, 그래서 저는 우리 성당에 제 발로 찾아온 예비자들에게 그저 손을 잡아주는 역할로 만족해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테면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친절하게 그분들이 찾는 장소를 가리켜 주는 역할이겠지요. 그리고 그분들에게 <아주 잘 오셨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이 길로 가야합니다. 이 길이야말로 가장 올바른 길이며 여러분들이 찾는 진리의 길이요, 생명의 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있지요. 저희 김 화밀리아 수녀님은 예비자분들에게 뭔가 나눠주려고 ’안달’하는 분이고 차원석 토마스 주임신부님은 장례미사 때 가끔씩 함께 눈물을 흘리는, 아주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그리 흔치않으신 좋으신 신부님이란 것을 예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주입을 시키지요. 저희 주일 봉사반의 교리봉사자는 아홉분인데 송광섭<라우렌시오>, 조성운, 오선자<말지나>, 유정열<요셉>, 어윤경<글라라>, 유숙자<엘리자벳>, 손철<요한> 이분들 모두가 예비자들의 손을 꽉 잡아주기 위해 평소 손 근육을 단련시키고 있지요.
저희 주일교리반에 오시면 이분들의 아름답고 선량한 얼굴을 대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아침마다 가는 담배가게 영감님에게 교리를 받아보라고 했더니 요즘 바쁘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제가 보기엔 별로 바쁜 것 같지 않은데, 언젠가는 제 손을 잡을 때가 있겠지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본당 4층, 주일반 08:30∼10:50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