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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나해-03)

153 전창문 [cmjun] 2003-05-18

부활 제5주일(나해-03)

                                                      2003. 05. 18

 

   오늘은 부활 제5주일입니다. 지지난 금요일에 경기도 현리에 잘 아는 분이 계서 방문을 한 일이 있습니다. 현리에는 운악산, 유명산 등이 있기도 하지만 비가림 포도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포도송이에 비를 맞지 않게 비니루 포장을 덮어 재배함으로 다른 지역의 포도보다 당도가 높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있습니다.

 

   마침 방문한 교우 집 주변이 포도밭이어서 농부가 포도농사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생명력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듯이 죽은 나무처럼 보였던 포도나무가 봄이 되니까 여지없이 부활하여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포도나무에 세심한 관심과 정성을 갖고 농사짓는 농부의 땀방울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농부는 말라죽은 가지가 있으면 쳐주고 순이 너무 많으면 포도송이가 작고 부실해지기 때문에 약한 순은 잘라내 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분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퇴비를 주는 일입니다.

 

   이렇게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 복음말씀을 묵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인간이 되어 오시어 살던 유태사회는 목축과 농경사회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런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예로 들면서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을 들려 주셨음을 우리는 성서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고 그 중에 일부는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기에 농부가 포도를 재배하는 모습을 눈여겨보셨을 것입니다.

 

   포도나무가 풍성한 수확을 맺기 위해서는 봄철에 반듯이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만 합니다. 얼어죽은 가지나, 농부의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열매를 맺지 못할 줄기, 그리고 병든 가지를 과감히 잘라 버려야만 합니다. 그런데 열매를 맺을 가지와 잘라주어야 하는 가지는 포도를 재배해 보지 못한 일반 사람들은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포도나무를 잘 관찰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어디까지가 나무고, 어디까지가 가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포도나무는 그 가지와 몸뚱이가 다른 나무들보다 더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포도 줄기를 과감히 잘라내는 농부를 보면서 포도 재배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가지를 잘라 버리면 어떻게 하는가?’ 하고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래야만 남아있는 포도나무의 가지를 통해서 더 많은 열매를 풍성히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도나무는 가지를 쳐주어도 다시 새 가지가 나오기 때문에 살 수 있습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한 가을에 먹음직스러운 포도열매를 풍성히 맺지만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는 그 즉시 말라 죽게되고 이런 가지를 농부는 모아 불에 태워 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식물학적 사실을 예로 들면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근본적인 교훈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포도나무의 비유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교훈 중에 가장 아름다운 표현에 속합니다. 예수님은 당시 팔레스티나 생활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포도나무를 비유로 들면서 신앙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설명하십니다. 포도 재배법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은 그 포도나무와 가지를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신앙인으로 비유하여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그 가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포도나무는 가지가 떨어져도 새 가지를 낼 수 있지만 가지는 죽지 않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만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처럼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들이 예수님 말씀, 즉 복음의 말씀을 따르므로 주님과 하나될 때 주님으로부터 풍성한 은총을 받아 기쁨으로 영원히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지가 포도나무에서 떨어져 나갈 때, 다시 말해 신앙인이 그리스도를 떠난 삶을 살아가면 그 사람은 그 즉시 말라죽는, 즉 하느님의 영원한 형벌을 면치 못한다는 교훈적인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예수님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까?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계명, 계명 중에서도 가장 큰 계명이라 하신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사람은 포도나무이신 주님과 하나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 실천 즉 나의 선행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행은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가능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먼저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를 사랑해주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까지 보내주신 그 사랑을 깨닫고 그에 응답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하느님 사랑에 대한 보답입니다.

 

   다시 말해 요한복음 15장 12절의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주님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면 예수님을 떠나지 않는 삶이요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입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로부터 큰 일들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 내 생각,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눈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주님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일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의 생활은 하느님께로 가는 길에 가로놓여 있는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장애물 경기가 아닙니다. 오직 천만부당한 자를 먼저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의 정을 갚아드리려 노력하는 삶에 불과합니다. 결점 투성이인데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분에 넘치는 기쁨으로써, 각자가 불가피하게 당면하고 극복해야 될 인생의 각가지 시련을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이겨나간다면 하느님께 감사의 정을 갚아드리려 노력하는 삶일 것입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고 하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과 하나되고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신앙인이었는지 반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사랑의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고자 노력하고 기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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