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다해-04)
-
163 전창문 [cmjun] 2004-01-03
-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다해-04)
2004. 01. 01
2004년인 갑신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첫날인 오늘은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이며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먼저 우리에게 새해를 주심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살아 갈 수 있도록 은총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주임신부로서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하느님 축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는 일들이 모두 성취되어 영, 육간에 건강하고 부--자되시어 행복한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해는 국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 교회 안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대구 지하철 참사 등 큰 사건과 경제 불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걱정 속에서 한 해를 지냈고 교회는 시노드를 종료함으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습니다. 또 개인이나 가정에도 다사 다난했던 한 해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를 돌이켜 잘못한 점을 반성해서 새해에는 그러한 잘못과 실수가 없는 새해가 되도록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지난 해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웃과의 관계에서 오는 분쟁이나 다툼 때문에, 또 가정의 여러가지 문제로 고민하고 고통 받고 상처를 받은 분이라면 다시 한번 하느님께 의탁하며 용기와 희망을 가져보십시오. 이웃과 세상은 우리를 속일지라도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속이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서 말씀처럼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오늘 미사 중에 담아 희망찬 새해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한 해의 잘못과 괴로운 일들에 얽매이지 말고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들을 밑거름 삼아 2004년 새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충만히 받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동물이나 기타 생물은 지난날을 회상하지 못하지만 인간만이 지난날의 잘못을 거울삼아 앞으로의 삶을 지혜롭게 사는 현안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은 지난날을 돌이켜 회상하고 반성하면서 다시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고 인사하면서 서로 福을 빌어줍니다. 이처럼 빌어주는 '福'이란 무엇입니까? '福'이란 글자를 한자로 쓸 때 '보일시(示)' 또는 '땅 귀신 기(示)' 변에 '한 일'(一)자와 '입구(口)'자와 '밭 전(田)'자를 합쳐서 '福'이라고 씁니다. 그런데 '보일시(示)'자는 귀신 신(神), 빌 축(祝), 제사 지낼 사(祠) 등, 하늘(天)에 관계되는 글자에 많이 붙어 있고 '한 일(一)'자는 하늘을 뜻하고, '밭 전(田)'자는 땅을 뜻하며, 하늘과 땅 가운데 있는 '입구(口)'자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福이란 글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사람이 하늘을 향해 비는, 즉 축원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성서에서 많이 쓰는 축복도, "하느님이 주시는 완전한 선물"이라는 뜻이 있는 한편, "하느님께 복을 빌어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개인과 가정의 무병 장수를 위해서 또는 한 마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고 천재를 입지 않고자 하는 의미에서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이는 공동체적인 福을 나눔에 있어 하늘에 제사 드리고 天命에 순종할 것을 서로 다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동양적 미풍 양속을 통해서 볼 때 우리가 서로 빌어주는 복이란 '누가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순명하고 착한 삶을 살 때에 주어지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명심보감의 첫 마디에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갚아 주신다'는 뜻으로「子日 爲善者는 天報之以福 하고」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의 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는 인사 속에는 '새해에는 좋은 일 많이 하십시오' 라는 사랑의 권고와 결심들을 가득 담은 인사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는 인사는 새해 복 많이 받을 아름답고 착한 일을 많이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다시 말해 어떤 삶을 살아 갈 때 안정과 평화를 누리는 행복한 삶이 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교회가 새해 첫날을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는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마리아의 덕성을 본받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성모님은 하느님께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을 가지셨기에 인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도 받아드리셨습니다. 그러기에 죽음을 각오하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인류를 위한 구원의 도구가 되시는 사랑을 보이셨습니다. 이로 인해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는 영광을 얻으셨지만 드러내지 않고 감추신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한마디로 성모님은 내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 중심의 삶을 사신 분이셨습니다. 성모님의 이러한 믿음과 겸손과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정신을 묵상하고 본받으려는 굳은 마음이 새해를 맞는 우리의 각오요 자세여야 합니다. 이런 마음을 모든 이들이 가질 때 안정과 평화 속에서 행복한 삶인 축복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지난 해 우리 본당은 "새로 나게 하소서!"라는 사목 방침을 정하고 나와 가정과 이문동 교회 공동체가 복음의 정신으로 새로 나는 신앙적 삶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해는 이런 새로 남이 우리 모두가 세상을 주님의 마음과 뜻과 생각으로 보는 혜안으로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여러분에게 이미 성탄 카드를 통해 알려드렸듯이 금년 사목 방침의 표어를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로 정했습니다. 이 말씀은 루가 복음 18장 41절에 있는 말씀으로 예리고에서 구걸하던 바르티메오란 소경이 소문으로 듣던 예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외칩니다. 소경에게 있어 '예수님은 자신의 평생 소원인 세상을 보게 해 주실 분'이란 것을 굳게 믿어왔기에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제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고 무시하자 더 큰소리를 지릅니다. 이렇게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을 보인 소경에게 주님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었고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라고 간청하자, 예수님은 "자, 눈을 떠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고 말씀하심으로 그 소경의 눈을 뜨게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앞을 못 보는 소경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소경처럼 믿음의 눈을 갖고 있는가를 반성해 볼 때 영적인 소경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과 이웃을 복음의 정신인 주님의 생각과 뜻과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기 주장이나 생각이나 뜻, 즉 이기적인 마음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혼돈과 파괴와 분쟁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복음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므로 여러 가지 부조리와 죄악과 모순과 이기주의가 난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주님께 보게 해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소경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우리는 멀쩡한 눈을 가지고 있지만 내 중심으로 세상과 이웃을 보고 판단하므로 잘못을 저지르는 소경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2004년도에는 나의 가정과 본당이 주님의 마음과 눈과 생각으로 봄으로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뜻에서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라는 말씀을 사목방침으로 정한 것입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이문동 공동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성전 신축입니다. 지난해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너무나 큰 축복을 주셨습니다. 후문 쪽에 감히 생각하지 않았던 성당을 진입할 수 있는 도로를 주셨고 1차 포장 공사까지 했습니다. 지금까지 성당을 진입하기에 너무나 불편했기에 우리가 얼마나 염원했던 도로였습니까? 하느님의 큰 축복에 감사 드리며 이 감사의 마음이 성전을 신축하여 봉헌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성전이란 무엇입니까? 성전은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을 만나서 대화하는 즉 기도하므로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구원의 은총을 받는 곳입니다. 물론 하느님은 아니 계신 곳 없이 곳곳이 다 계신 분이시기에 현재의 이문동성당이 허름하고 좁은 시설이라고 해서 안 계시고 못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하느님 백성의 삶의 모습이 다양해짐에 따라 시설이 부족하고 열악하고 노후한 현재의 성전에서 여러 가지 모양과 방법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에는 어려움이 많기에 새로운 성전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말씀드렸듯이 본당 설정 50주년인 2012년 안에는 새 성전이 신축되어 여러 방법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하느님의 집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봉헌과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에 시작한 성전 신축을 위한 500만 번 바치기 묵주기도에 적극적인 참여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바램과 소망, 즉 꿈은 기도가 바탕이 될 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기에 여러분에게 거듭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금년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가정과 사회와 교회를 사랑의 마음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간청함으로서 축복 받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목방침의 정신을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시고 협조해 주실 것을 거듭 당부 드리면서,
다시 한번 갑신년 "새해 하느님 축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