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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다해-04)

168 전창문 [cmjun] 2004-03-16

                  사순 제3주일(다해-04)

                                         2004. 03. 14.

 

   오늘은 사순 제3주일입니다. 사순절은 세상의 온갖 욕망으로 인해 죄를 범하는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쳐 하느님의 창조 본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을 일깨워주는 시기입니다. 오늘 하느님 말씀은 다시 한번 회개 할 것을 촉구하시는 말씀이고 회개하지 않을 때 주어지는 무서운 재앙에 대해 경고이기도 합니다.

 

   제1독서의 말씀은 암흑의 땅 이집트에서 고통과 신음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야훼 하느님께서 모세를 선택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입니다. "나는 내 백성이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았고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이제 내려가서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아귀에서 빼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고자 한다. 나는 너희 선조들의 하느님이며 이것이 영원한 나의 이름이 되리라" 이처럼 이스라엘의 구원을 약속하신 하느님이지만 실제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 중에 약속의 땅으로 들어 간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이 제시하는 구원의 길을 외면하고 죄악의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스라엘 민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하느님은 그들의 대부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죽어서 그 시체가 여기 저기에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조상들처럼 악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본보기입니다." 라고 설명하십니다.

 

   독서 말씀은 유태 민족이 선택받은 민족이지만 야훼께서 약속해 주신 땅에 대부분이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야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고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임을 설명합니다. 이것은 아무리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지 않는 이들은 구원하시지 않고 거부하는 사람은 심판하신다는 의미를 우리에게 암시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 즉 하느님의 나라에 초대를 받는 자격은 갖추었지만 구원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주님은 끊임없이 당신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되라고 부르시고 있고 이 부르심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여 새로운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개란 하느님께서 원하고 요구하는 삶의 방법과는 반대되는, 즉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생활을 버리고 하느님이 원하는 삶으로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의 시대적 상황으로 예수님 당시의 유대아는 로마 제국의 식민지로 식민 정책을 반대하여 독립을 원하는 열혈당원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이들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희생 제물로 쓸 짐승을 몰고 가던 중에 로마 황제의 명을 받아 통치하던 총독 빌라도가 군인들을 시켜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또 한 참변은 다윗 왕이 점령하여 재건한 예루살렘의 성 밖 기드론 골짜기에 "기혼"샘이 하나 있었는데 유다의 임금 에제키아스는(B.C 719-687) 땅굴을 뚫어 기혼의 샘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이고 실로암 저수장을 만들어 시민이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에 실로암 근처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18명이 깔려 죽는 참변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인과응보 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어 사람이 당하는 모든 고통과 비극의 근본 원인은 자신의 잘못과 죄악으로 인한 하느님의 당연한 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동정할 여지가 없는 죄인들이라고 취급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오늘 예수님께 와서 빌라도의 학살 사건과 실로암 탑이 무너져 18명이 죽은 사건을 예를 들면서 그 비극의 원인은 죽은 이들의 죄의 결과임을 은연중에 내비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들보다 더한 죄인들이어서 그런 변을 당한 줄로 생각하느냐?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말 심판을 예고하십니다.

 

   또 예수님은 무화과나무 비유를 통해서도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세말에 심판을 받게 된다고 경고하십니다. 무화과나무 비유의 역점은 포도원지기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열매를 기다려 왔지만 열리지 않는 무화과나무를 잘라 버리려는 주인에게 포도원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만 그냥 두십시오... 내년에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만일 그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 버리십시오"라고 부탁합니다. 이 말은 하느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에 우리가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구원의 열매를 맺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결정적인 불행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생활이라면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베어 버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멸망의 결과만이 주어질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살기를 원하기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지만 인간 생명은 시편 저자가 말했듯이 기껏해야 70년, 근력이 좋아야 8, 90년입니다. 근본적인 영원한 생명은 주님께서 구원하시는 영생뿐이란 것을 우리는 확신하고 신앙으로 고백합니다. 그러나 이 영원한 생명을 거부하거나 또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지만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베어 버릴 것"이라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구원을 얻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은 주님께서 거듭 강조하시는 회개입니다. 회개란 지금까지 잘못 살아 온 악습이나 교만한 마음 등을 반성하며 하느님 앞에 보잘것없고 비천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겸손과 사랑의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사순절은 바로 우리에게 이러한 마음을 가지도록 깨우쳐주는 시기입니다.

 

   사순절에 흔히 생각하는 것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단식과 금육, 봉사, 보속, 극기와 같은 희생들인데 이것이 곧 회개는 아닙니다. 외적인 희생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아무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순절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실 때의 모습인 사랑의 모습을 되찾는 시기이고 그 사랑의 모습은 뉘우침, 회개에서 비롯됩니다. 그릇된 삶의 생활을 먼저 회개하고 뉘우칠 때 우리는 참다운 사랑의 모습을 찾아 주님과 함께 하는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늘 주님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의 심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창조 본래의 모습인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혹시라도 아직 하느님의 뜻과 다른 생활이었다면 깊이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순절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은혜 청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께서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하신 말씀이 나에게 하신 말씀이라 생각하면서 틈틈이 묵상해 보는 사순 3주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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