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통일 기원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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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류달현 [dalbong6] 200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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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즐겁고 행복한 한 주간을 보내고 계시지요. 축구가 있어서 행복한 요즘입니다. 화 잘 내고 짜증이 많던 제가 요즘은 화도 잘 안나고 짜증도 나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매일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월드컵 국가 대표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이 우리 국민들에게 준 엄청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4강입니다.
오늘은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모 기업의 광고가 생각납니다. 군인 한 명이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철조망 앞에서 공을 능숙하게 다룹니다. 그러다 공을 북한쪽으로 차 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다음에는 함께 차는 거야"라고 말입니다.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환희를 느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제가 방위나 공익근무로 군 생활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군 생활 중에 6개월을 철책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북한 쪽을 바라보면서 어서 빨리 통일이 되기를 얼마나 바랬는 지 모릅니다.
지난 주 화요일에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와 축구경기가 있었지요. 한 편의 드라마였지요. 다행히도 역전승을 거두어서 그 날밤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경기가 있기 전 관중석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AGAIN 1966" 이 문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여러분 알고 있나요? 36년 전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겨서 8강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처럼 이번에도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오르자는 염원이 담긴 문구였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우리고 꼭 이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이겼으니까 우리도 꼭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이 아니라 북한과 형제이기 때문에 우리도 북한과 같은 운명이지 않을까 싶은 막연한 기대였습니다. 사실 전반을 지나 후반 40분까지도 헛된 꿈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북한과 같은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북한 사람들이 누구를 응원했을 것 같아요? 그들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을까? 입장을 바꾸어서 만약 북한이 월드컵에 나가서 이탈리아와 경기를 한다면, 여러분들은 누구를 응원할 것 같아요? 이탈리아를 응원할까? 저는 북한을 응원했을 것 같아요. 모르긴 해도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을 응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남한과 북한이 같은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북한을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해도 그 깊은 내면에는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매일 싸우고, 미워하는 형제라 하더라도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싸우면 여러분은 누구편을 들겠어요. 당연히 내 형제의 편을 들겠지요. 북한의 형제들은 한국팀이 골을 먹었을 때 안타까워하고 골을 넣었을 때 기뻐했을 겁니다. 결국 지난 이탈리아전에서 한국을 응원한 국민은 남한의 4천5백만 뿐 아니라 북한의 3천만을 합해서 모두 8천만이 한국의 승리를 응원했던 것이지요.
꿈은 한 사람이 꿀 때는 꿈으로 끝나지만 여러 사람이 염원한다면 현실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 국가 대표 축구 선수들의 우리의 염원을 이루었듯이 이제는 우리가 통일이라는 꿈을 현실로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요즘의 축구를 보면 그렇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칠천만 겨레의 소원이요 꿈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아직까지 화해하지 못하고, 서로 용서하지 못하고 총과 칼을 맞대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통일을 기원하며 기도하는 날입니다. 반쪽만의 월드컵이 아니라 남북이 함께 응원하고 열광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 날을 기도합니다. 요즘 시청 앞에서, 광화문에서, 성당에서 그렇게 기뻐하고, 환호하는 군중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이 되는 그 날에도 이러한 환호와 기쁨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 보곤 합니다. 그 날이 오기 위해서 먼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나 미움을 벗어버리고 같은 형제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형제 자매 여러분! 진정으로 민족의 통일을 원한다면,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독설과 격정과 분노와 고함 소리와 욕설 따위는 온갖 악의와 더불어 내어버립시오. 여러분은 서로 너그럽게 따뜻하게 대해 주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용서하십시오. 여러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닮으십시오. 그리스도를 본받아 여러분은 사랑의 생활을 하십시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셔서 하느님 앞에 향기로운 예물과 희생 제물이 되셨던 것처럼, 온갖 악의를 버리고 서로 너그럽고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시고 계십니다. 나의 이웃을 용서해주지 못하는데, 어찌 남북간의 적대감과 불신을 없앨 수가 있단 말입니까? 비록 철천지 원수라 해도 끊임없이 용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바대로 믿음을 가지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진정한 화해와 일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책임을 지고 있는 남북한의 책임자들이 이기심을 버리고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며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항구한 관심을 가지고 기도바쳐야 할 것입니다.
오늘 미사를 봉헌하면서 남북의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