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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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류달현 [dalbong6] 20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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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추석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신지요. 오랜만에 친지들과 함께 모여 덕담들을 나누시며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입니다.한국의 모든 사제들은 한국 최초의 사제이신 성 안드레아 김 대건 신부님을 수호 성인으로 모시고, 그분의 삶을 따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신도로서 김 대건 신부님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 교회에서 가장 훌륭한 인물, 한국 교회의 평신도를 대표할 수 있는 성인은 과연 누구이시겠습니까? 단연코 정 하상 바오로 성인이라 하겠습니다. 정 하상(丁夏祥) 성인은-, 1795년 경기도 양근 마재에서 태어났고, 1801년 신유박해 때 아버지 정 약종과 형 정 철상(哲祥)이 순교하자, 7세의 어린 나이로 어머니 유 세실리아와 누이 동생 정 정혜와 함께 친척집에서 아주 어렵게 자랐습니다. 20세 때 서울로 와서, 그분과 뜻을 같이하는 유 진길 등과, 한국 교회에 성직자를 맞아들이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그분은 북경을 왕래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와 같은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1831년 9월 9일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파리 외방전교회 주교와 신부들이 잇달아 조선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정 하상 성인은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 공부를 하던 중이었지만, 뜻밖에 박해가 일어나자, 잡힐 것을 각오하고, 일종의 진정서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이것이 상재상서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진정은 묵살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금하는 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1839년 9월 22일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되었습니다. 그 때에 그분의 나이 45세였습니다. 순교 직전 조정 대신에게 올린, 상재 상서(上宰相書) 끝 부분에서 성인께서 이렇게 토로하셨습니다.
“옥중에서 쓰러지고 문 앞에서 목벰을 당하는 일이 뒤를 이어 끊임이 없사오며, 눈물과 피가 도랑을 이루고 울음소리가 하늘에 넘쳐, 아비는 그 자식을 부르고, 형은 그 아우를 부르며, 어찌할 줄을 모르옵나이다. 맑고 밝은 세상에 이것이 무슨 광경이옵나이까?"라고 성인 스스로가 이렇게 토로하셨던 것처럼, 그 당시 천주교인들에 대한 박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진 박해 속에서도 성인은 상재상서를 통해서 천주교에 대한 신앙을 이렇게 당당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수명을 감하고 생명을 바쳐서 천주교의 참됨을 증거하고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이 몸도 장차는 죽을 목숨이오니, 감히 말해야 할 이 시각을 만나 한 번 머리를 들고 길게 외치지 못하고 슬프게도 입을 다물고 죽어 버린다면, 산같이 쌓인 회한을 장차 백 대 후세에 이르기까지 폭로할 길 없기에, 엎드려 청하오니, 지금 한 번 밝은 빛으로 굽어보시고, 도리가 참된지 거짓인지, 올바른지 그릇된 지 자세히 판단한 다음, 위로는 정부로부터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일변하여 바른 길로 돌아와, 금명을 풀고 체포하는 법을 거두며, 옥에 갇힌 사람들을 석방하고 온 백성이 모두 제 고향에 돌아가 제 직업을 즐기면서 함께 평화를 누리게 해주시기를 천번 만번 바라고 또 바랍니다.”
이렇게 정 하상 성인은 상재상서를 통해서,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정부는 마땅히 천주교에 대한 금지령을 풀고, 천주교인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할 것을 설하였습니다. 그 당시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곧 바로 죽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도 당당하게 자신이 천주교인임을 밝히고,‘천주교의 진리를 증거하고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당당하게 증언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정 하상 성인의 그런 용기와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 때문이 아니었겠습니까?
오늘 제2독서에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당신 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느님께서 그 아들과 함께 무엇이든지 다 주시지 않겠습니까?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권세의 천신들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능력의 천신들도 높음도 깊음도 그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예수를 통하여 나타날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확신에 찬 믿음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형제 자매 여러분! 정하상 성인를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의 후예인 우리들의 믿음은 과연 어떻습니까? 이제 우리에게 피의 순교를 원하는 사람이 없으니 순교는 우리와 무관한 것입니까? 그렇지 않죠. 지금 우리는 어쩌면 피를 흘린 순교자들보다 더 힘든 땀의 순교를 요구받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닌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가치,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해야하기에 더욱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치는 가난, 순명, 복음, 인내, 고통 등과 같은 가치들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받을 보상은 여기에서가 아니라 저 세상에서라는 것을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한다. 제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라는 말씀을 믿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한국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 하상 바오로 성인의 축일을 맞아 다시 한번 일상 생활 속에서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결심합시다. 넘어지고 또 넘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복음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말입니다. 그러면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 뿌릴 씨를 가지고 울며 가던 그들은 곡식단 들고 올 제 춤추며 돌아오리이다."라는 말씀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