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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11월 21일 (목)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연중 제 31 주일 강론(가해)

119 류달현 [dalbong6] 2002-11-04

교우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요즘 날씨를 보면 가을은 소리도 없이 가 버리고 벌써 겨울이 온 것 같습니다. 모쪼록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11월은 위령 성월입니다. 위령 성월이란, 말그대로 먼저 이 세상을 떠나가신 영혼들을, 특히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바치는 달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희생을 바치는 거룩한 달입니다. 또한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우리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묵상해보는 그런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죽은 사람의 묘비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합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늦가을의 싸늘한 바람이 불면 땅에 흩날리는 낙엽도 머지않아 흙으로, 먼지로 변해버릴, 자연의 엄연한 법칙처럼, 언젠가 누구에게든 예외없이 확실하게 찾아올 우리들의 죽음! 그 죽음 앞에 설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한번쯤 다시 묵상해보고, 지금의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할 때입니다.

우리 자신을 치장했던, 무성한 푸르름도, 화려한 울긋불긋함도 떨쳐버리고, 앙상히 자기 자신을 발가벗길 줄도 아는 가을 나무처럼, 다시금 우리의 위선적인 삶을 발가벗겨 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처럼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입고 있던, 가식적인 삶을 발가벗긴다는 것, 그것이 비록 아픔이고, 커다란 어려움이라 하더라도, 파릇파릇한, 진솔한 우리들의 신앙의 삶을 싹티우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때에 듣게 되는 예수님의 복음 말씀은 더욱 가슴에 사무칩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책망하셨던, 그 당시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행실과도 같은,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주고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말만하고 실행하지는 않는, 이율배반적인 생활! 오직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일하는, 가식적인 생활! 그리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에 앉으려 하고, 회당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를 찾으며, 길에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스승이라 불러 주기를 바라는' , 권위주의적인 생활! 그런 이율배반적이고, 가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생활처럼, 우리들의 신앙이 이미 위선적인 삶으로 전락해버렸다면,

형제, 자매 여러분! 그런 위선적인 삶의 옷을 벗어버리고, 오히려 벌거숭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워 할 줄도 하는, 진실한 마음! 자기를 낮추고 오히려 남을 섬길 줄도 아는, 겸손하게 봉사하는 삶의 옷으로 갈아 입어보지 않으시렵니까?

무엇보다도 형제, 자매 여러분! 제가 우선 먼저 위선적인, 거짓된 삶의 옷을 벗어버리고, 겸손하게 봉사하는, 진실한 삶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겠습니다.

불과 2년의 사제로서의 삶을 돌이켜보건대, 제가 얼마나 겸손치 못하고, 봉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접받으려 하였는 지 모릅니다. 저 자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에 앉으려 했고, 회당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를 찾았으며, 길에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스승이라 불러주기를 바랬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보좌교육이 있었습니다. 보좌신부님들이 모여서 그동안의 바쁜 사목으로 받지 못 했던 여러 과목들을 모여서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교육도 교육이지만 더 좋은 것은 그동안 각각의 본당에서 바쁘게 사느라고 보지 못 했던 동기 신부들과 선배신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교를 가질 수 있기게 더욱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다른 신부님들 특히 주임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며느리들이 모여서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듯이 주임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주임신부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저의 주임신부님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너무나 완벽하시고 너무나 잘 하시기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욕할 것이 없었습니다. 어쨋든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우리들은 그러지 말자하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복음적인 삶을 살고자 서로 격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교육이 더욱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부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데 벌써 저에게 실망을 느끼신 분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이, 느끼신 대로, 저 자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적인 행실에 버금가는, 참으로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제임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보잘것없는 저 자신을 여지껏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그리스도의 사제답게 살아가려고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제로 서품되기 위해서 제대 앞에 엎드려 저 자신 간절히 바랬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스승도, 아버지도, 지도자도 아닙니다. 우리들의 스승은 한 분뿐, 우리들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 분뿐, 우리들의 지도자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 단지 우리 모두는 한 형제요, 자매일 뿐입니다. 적어도 여기에서 만이라도,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없는, 우리들은 한솥밥을, 곧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눠먹는, 한가족인 것입니다. 2천년 전, 예수님께서 누누이 몇 번이고 강조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내일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너희 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는 잘못된 것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과감히 고쳐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말만하지 말고 실행하여야 합니다. 함께 위선적인 삶을 벗어버리고, 자기를 낮추고 오히려 날을 섬길 줄 아는, 겸손하게 봉사하는,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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