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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0일 (토)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신부님강론
연중 24주일(가해) - 십자가 현양 축일, 한가위

195 양권식 [ysimeon] 2008-09-13

연중 24주일(가해) - 십자가 현양 축일, 한가위
“시온의 자녀들아. 야훼 너희 하느님에게 감사하며, 기뻐 뛰어라. 너희 하느님께서 가을비를 흠뻑 주시고, 겨울 비도 내려 주시고, 봄비도 전처럼 내려 주시리니, 타작마당에는 곡식이 그득그득 쌓이고, 독마다 포도주와 기름이 넘치리라.” 오늘 독서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오늘은 추석 명절입니다. 오곡백과가 결실을 맺는 계절, 가을에 맞는 보름날입니다. 얼마 전 올림픽 선수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를 보았습니다. 나이 어린 선수가 동메달을 따자 관람하던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고 숙연해졌다고 합니다. 메달을 땄기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그를 울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훈련의 고됨도 있었을 것이고 그만 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그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숱한 시간들을 지내고 이제 마무리하는 순간에 섰기 때문에 눈물이 맺혔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제가 되려면 지금은 군대 생활까지 포함해서 9년이 걸립니다. 소신학교가 있을 때는 15년 내지 12년이 걸려서 한 사람이 사제직에 오르게 됩니다. 긴 세월 어려운 세월을 지낸 젊은이들이 사제 서품을 받기 위해 제대 앞에 엎드려서 많이도 울게 됩니다. 지나온 세월이 어려워서나 앞으로 살 일이 두려워서나 그저 기쁘기만 해서도 아닙니다. 부족한 한 인간 안에서, 철부지 나약한 한 인간을 통해서 죄 많은 한 인간을 위해서, 행하신 하느님의 일을 만나기에 그렇습니다.
운동선수를 울리는 분, 새 사제를 울리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을 만나기에 울게 됩니다. 운다는 것은 하느님을 만난다는 표징입니다. 희로애락 때문에 우는 것은 어린아이의 눈물입니다. 하지만 장성한 한 성인이 우는 것은 그들의 지난 세월을 함께 하신 하느님을 만나게 되기에 울게 됩니다.
추석에, 기쁜 날에 우는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을에 추수하여 볏단을 쌓아 놓은 농부의 마음이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농부는 한숨을 쉽니다. 그간의 고통이 생각나서라기보다, 소출이 적어서가 아니라 한해 농사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씨앗이 곡식으로 변하는 한 바퀴의 일이 농부의 손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추석은 농부가 한 해를 이루며 한숨, 큰 숨을 쉬는 날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시어 주님을 큰 숨을 쉬시고 임종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 다 이룬 한숨을 쉬는 날이 곧 추석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자매 여러분!
추석에 우리는 결실을 맺은 오곡백과를 모아놓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오곡(五穀)은 중요한 곡식인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5종류 곡식입니다. 백과(百果)는 100가지 과일이란 뜻이 아니고, 여기서 百은 여러, 많다는 뜻이어서, 여러 가지 과일, 많은 과일을 말하는 것이지, 숫자로 100가지 과일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오곡백과는 농부가 농사를 지어서 얻은 곡과의 풍요함을 의미합니다. 농부의 부지런함으로 씨앗이 땅에 심어지고, 농부의 손길에 의해 자라고, 농부의 땀방울로 영글어 갑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곡과가 열매 맺기 까지 땅과 하늘, 낮과 밤, 시간과 계절의 오묘한 조화 속에 진행되는 하느님의 섭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곡백과는 농부의 손길을 통한 하느님의 섭리가 빚어난 결과물입니다. 추석은 지난 한 해 땅과 하늘에서 풍성한 은혜를 베푸시어 먹을 것을 충분히 주시는 하느님께 가족과 이웃이 모여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연을 통하여 먹을 것을 주시는 분께 가족이 모여 드리는 감사절입니다.
오늘 복음은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었습니다. 그는 큰 창고를 지어서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기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 날 밤 그를 불러 가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 끝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바로 이러하다.’
오늘 비유에서 부자가 예수님으로부터 비난의 소리를 들은 것은 그가 많은 소출을 거두어서가 아니라 감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출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웃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하느님의 배려가 있었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곡식과 재물을 쌓아둘 곡간만을 생각하고, 저 혼자만 쉬며, 먹고, 마시고, 즐기려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웃과 하느님에게 감사하지 아니하고, 저 자신만을 생각하는 삶이야말로 천하고, 어리석으며, 저급하고, 부끄러운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하루하루를 농사짓듯 살아가는 농부입니다. 뜻대로 된 것도 있고, 그리 안 된 것도 있습니다. 슬픈 마음도 있었고, 분노도 있었고, 애타는 일도 있었고, 열정을 쏟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살아온 우리들의 한 해 농사인 것입니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그렇게 살아온 한 해를 되돌아보며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소출이며, 오곡백과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미 살아온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 아파하거나 결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과야 어떻든 간에 우리는 지난 시간 열심히 살았고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 세월이었습니다. 씨앗을 곡식으로 만드신 분이 하느님이시듯이 우리의 부족한 삶을 보살펴 주고, 채워주시는 분도 하느님이십니다. 추석은 무르익은 오곡백과를 통하여 하느님을 만나는 날입니다.
추석은 즐겁고 행복한 날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과 조상들 그리고 이웃에게 감사하지 않는다면 기쁠 것도, 행복할 것도 없는 인생입니다. 감사하십시오.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셨음을 기뻐하십시오. 이웃을 통하여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감사 드리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이 미사를 통하여 우리를 추수하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씨앗이 되고 하느님의 곡식이 됨을, 같은 논에서 자란 우리들입니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소리 없이 눈물이 납니다.
“이제부터는 주님을 섬기다가 죽은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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