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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진의 사랑

5752 박종구 [pj09] 2015-12-2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박형진의 사랑 -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시에대하여1

읽으면 고개들 수 없게 만드는 詩가 있다. 읽는 동안 눈물조차 흘릴 수 없도록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읽고 나면 내 스스로를 댓돌 위에다 세워놓고 종아리 후려쳐서라도 닮고 싶어지는 뜨거운 詩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랑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일 때 얼마나 많았었나? 풀여치 한 마리 풀밭에서 놀 때 그걸 잡으려고 풀밭 다 들쑤시고 다니기만 했지 그 풀여치를 위해 풀잎처럼 내 어깨 비워주리라 생각한 적 몇 번이나 있었나?


가질 수 없는 사랑도 있는 거라고 말하기 전에 그 사랑 품을 만한 가슴이 있냐고 나에게 물어 보자. 모든 살아있는 것에 제자리를 생각하며 이 세상 속에 속해 있는 나 자신에게.. 그러면 그 대답은 항상 내 안에서 들려올 것이니... .


중학교 1년 중퇴 1992년 ‘창작과 비평’에 시 7편을 실은 후 첫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를 냈고 이태 지나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 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헤던’, 2001년에는 두 번째 시집 ‘다시 들판에 서서’, 2003년에 산문집 ‘모항 막걸리 집…’을 썼다가 10년 만에 옛 글에 새 글들을 보태고 다듬어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냄 모항근처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음.


* 전북 부안의 농민 박형진 시인의 작품입니다. 새해 첫날 방명록에서 한번 소개했습니다만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요?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사랑의 가치를 잊기 쉽지요.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어갈 뿐, 그러나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지를 깨닫기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사랑하고 있으세요? 

(20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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