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헤르마고라(Hermagoras)는 오늘날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Friuli-Venezia Giulia州)의 우디네(Udine)에 있었던 고대 로마 공화국의 도시인 아퀼레이아의 초대 주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마도 3세기 중반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1751년 아퀼레이아 총대주교좌가 폐지될 때까지 중단 없이 이어진 주교 목록의 첫 번째 자리에 그의 이름이 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 확실히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7~8세기에 그에 관한 전승들이 생겨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 관한 전설은 아퀼레이아 교회의 사도적 전통과 기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 전설에 따르면 복음사가 성 마르코(Marcus, 4월 25일)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교회를 세우기 전에 이미 성 베드로(Petrus, 6월 29일) 사도로부터 이탈리아 북부 지역 복음화를 위해 아퀼레이아의 사도로 파견되었다. 성 마르코는 아퀼레이아 지방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선포하고 또 수많은 기적을 행함으로써 많은 개종자를 얻었다.

   성 마르코는 아퀼레이아에서 성 헤르마고라라는 시민을 만나 그를 개종시키고 아퀼레이아의 주교로 임명하여 그 지역을 복음화하도록 했다. 일부 전승에서는 성 마르코가 그를 로마에 데려가 사도 성 베드로에게 직접 주교품을 받도록 했다고 한다. 성 헤르마고라는 네로 황제(54~68년 재위)의 박해 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 그곳에서 그는 간수인 폰티아누스(Pontianus)와 그레고리우스(Gregorius)의 가족, 그리고 귀부인인 알렉산드라(Alexandra)를 개종시키며 실명을 치료하는 기적도 행하였다. 그는 결국 박해자에 의해 66년경 자신의 부제였던 성 포르투나투스(또는 포르투나토)와 함께 여러 종류의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참수형으로 순교해 불멸의 승리를 거두었다.

   옛 “로마 순교록”은 7월 12일 목록에서 후대에 생긴 전설적 이야기에 기초해 아퀼레이아의 성 헤르마고라가 복음사가 성 마르코의 제자이자 그 도시의 첫 번째 주교로서 복음을 전하다가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후 그의 부제인 성 포르투나토와 함께 불멸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같은 날 목록에서 프리울리 지방 아퀼레이아에서 성 포르투나토와 성 헤르마고라를 기념한다고 간단히 기록하였다. 그들이 순교자라는 사실 외에 다른 신분에 대한 언급도 없고 순교 시기 또한 3세기로 전해주었다. 후대의 전승에도 불구하고 성 헤르마고라와 성 포르투나토의 연관성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로마 순교록”에서 항상 같은 날 함께 언급되며 기념해왔다. 성 헤르마고라와 성 포르투나토는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과 그들이 복음화했다고 알려진 오스트리아 남부 카린시아(Carinthia)와 슬로베니아에서 큰 공경을 받고 있고, 성 헤르마고라의 유물은 오늘날까지 아퀼레이아 인근 그라도(Grado)에 모셔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