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토(Benedictus)는 970년경 이탈리아의 베네벤토(Benevento)에서 태어났는데 오늘날 동료 수도자인 성 요한(Joannes), 성 마태오(Matthaeus), 성 이사악, 성 크리스티아노(Christianus)와 함께 비록 모두가 폴란드인은 아니지만 ‘다섯 명의 폴란드 순교자’로서 공경을 받고 있다. 이들 순교자의 행적을 알려주는 주요 자료는 성 베네딕토의 친구인 퀘르푸르트(Querfurt)의 성 보니파시오(Bonifatius, 3월 9일)가 수집해서 전해준 내용이다. 그에 따르면 성 베네딕토의 성소를 느낀 그의 부모가 성직매매를 통해 18살의 아들을 사제로 만들었고 참사 위원으로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잘못되고 부도덕한 것임을 깨달은 성 베네딕토는 나폴리(Napoli)의 한 수도원에 들어가 은둔한 후 로마 근처 몬테 소라테(Monte Soratte)와 몬테카시노(Monte Cassino)에서 은수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의 죄를 보속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에 그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라벤나(Ravenna)의 성 로무알도(Romualdus, 6월 19일)를 만나 그의 지도를 받으며 크게 성장하였다.

   프라하의 성 아달베르트(Adalbert, 4월 23일)가 프로이센(Preussen) 지방 이교도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 여행을 떠날 때 성 베네딕토는 성 가우덴시오(Gaudentius, 10월 11일)와 함께 그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997년 성 아달베르트가 그단스크(Gdansk)에서 순교한 후 수도원으로 돌아와 병든 성 로무알도를 돌보다가 1001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오토 3세(Otto III)의 요청으로 포모제(Pomorze, 또는 포메라니아[Pomerania]) 지역의 슬라브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선교사로 발탁되어 동료들과 함께 폴란드로 떠났다. 베네치아(Venezia) 출신으로 성 베네딕토와 함께 성 로무알도의 지도를 받으며 은수 생활을 하던 성 요한도 함께 출발하였다. 그들은 우선 폴란드의 볼레스와프 1세(Boleslaw I) 공작의 궁정에서 슬라브어를 배우며 그의 지원을 받아 그니에즈노(Gniezno) 교외 카지미에시(Kazimierz)에 은둔소를 세웠다. 폴란드 출신의 세 명의 수련자인 성 이사악과 성 마태오와 성 크리스티아노도 합류하여 함께 생활하며 선교 사도직을 준비했다.

   그런데 1003년 11월 12일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볼레스와프 1세가 자신의 대관식을 위해 교황에게 선물로 보낼 은화를 성 베네딕토에게 맡겼고, 성 베네딕토는 은화를 가지고 프라하에 가서 다른 이에게 맡기고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일단의 강도들이 그들이 여전히 그 은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한밤중에 들이닥쳤다. 그리고 각자 은수처와 수도원에 있던 이들을 모두 무참히 살해하였다. 성 베네딕토와 동료들은 즉시 순교자로서 널리 알려졌고, 1008년 퀘르푸르트의 성 보니파시오가 폴란드의 첫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다섯 순교자의 순교록”을 썼다. 그들의 유해는 그니에즈노 대성당에 안치되어 공경을 받았고, 1039년에 프라하로 옮겨졌으며, 오늘날에는 카지미에시 비스쿠피(Kazimierz Biskupi)에 안치되어 있다. 1508년에 교황 율리오 2세(Julius II)가 그들에 대한 공경을 승인하였다.

   옛 “로마 순교록”은 11월 12일 목록에서 폴란드의 순교자이자 은수자인 성 베네딕토, 성 요한, 성 마태오, 성 이사악, 성 크리스티누스(Christinus, 또는 크리스티노)의 이름을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같은 날 목록에서 폴란드의 바르타강(Warta R.) 기슭의 카지미에시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폴란드에 파견되었다가 밤에 강도들에게 살해당한 순교자 성 베네딕토, 성 요한, 성 마태오, 성 이사악이 있었고, 그들의 하인이었던 성 크리스티아노는 수도원 성당 내에서 교수형으로 처형되었다고 기록하였다. 그러면서 성 크리스티노의 이름을 성 크리스티아노로 수정했는데, 그의 신분은 자료에 따라서 수도승, 보조자, 하인 등으로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