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야코부스 벨(Jacobus Bell, 또는 야고보 벨)은 1524년경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Lancashire)의 워링턴(Warrington)에서 태어나 옥스퍼드(Oxford)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가톨릭 신자인 메리 1세 여왕(Mary I, 1553~1558년 재위) 때에 사제품을 받았다. 그 후 엘리자베스 1세 여왕(1558~1603년 재위)이 왕위에 오르고 영국 교회에 대한 지상권(至上權)을 승인하는 선서(Oath of Supremacy)를 요구하는 등의 변화에 대해 처음에는 따르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나중에 종교개혁의 교리를 받아들이고 20년 동안 영국 성공회의 목사직을 수행했다. 1581년에 그는 한 경건한 가톨릭 여인의 권유로 가톨릭교회와 화해하고 참회와 영적 수련에 전념한 후 가난한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2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다. 1584년 1월 어느 가톨릭 신자 집에서 다른 신자 집으로 걸어서 가던 중 골본(Golborne)에서 체포되어 맨체스터(Manchester)의 샐퍼드(Salford)에 있는 감옥에 갇혔다. 그는 재판 중에 가톨릭교회와 화해했는지를 묻는 판사에게 당당히 그랬음을 인정하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는 처형 전날 밤에 기도와 묵상을 하며 감옥 안의 모든 사형수에게 가톨릭 신앙과 참된 회개에 대해 권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재판을 받은 복자 요한 핀치(Joannes Finch)와 함께 1584년 4월 20일 아침 랭커스터(Lancaster)의 처형장으로 끌려가 교수형과 극형으로 순교하였다.

   복자 야고보 벨 신부는 1929년 12월 15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고, 순교한 날인 4월 20일에 축일을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교회의 새 전례력이 교황청에서 승인된 후에는 1970년 10월 25일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시성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40위 순교자’(The Forty Martyrs of England and Wales)와 종교개혁 시대에 순교한 모든 복자 · 성인들이 ‘영국의 순교자’(The English Martyrs)라는 이름으로 5월 4일 전례 안에서 기념하게 되면서 복자 야고보 벨 또한 그날 함께 축일을 기념하게 되었다. 이날은 종교개혁 시대 영국에서 순교한 영국 성공회의 순교자와 성인들의 기념일과 같은 날이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4월 20일 목록에서 영국 랭커스터에서 20년 동안 성공회 사제로 살다가 경건한 여인의 권유로 가톨릭교회와 화해한 복자 야고보 벨 신부와 한 가족의 아버지이자 농부이며 교리교사였던 복자 요한 핀치가 수년 동안 투옥과 굶주림과 고문의 고통을 견뎌내고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때에 함께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고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