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프란치스쿠스 페이지(Franciscus Page, 또는 프란치스코 페이지)는 벨기에의 안트베르펜(Antwerpen) 태생으로 법률을 공부한 프로테스탄트 신자였다. 그는 영국 잉글랜드의 런던(London)으로 가서 어느 변호사 밑에서 일하던 중 고용주인 변호사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예수회의 존 제라드(John Gerard) 신부를 만나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러면서 차츰 신앙에 눈을 뜨게 되었고, 마침내 세속적인 모든 야망을 버리고 사제가 될 결심을 했다. 그는 프랑스 북부 두에(Douai)의 영국 대학으로 가서 수학한 후 1600년 사제품을 받고 영국 선교를 위해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그는 2년 정도 선교 활동을 하다가 1602년 4월 가톨릭 신자를 가장한 한 부인의 신고로 체포되어 뉴게이트(Newgate) 감옥에 갇혔다. 그는 평소 예수회에 입회하고자 했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미루던 중 감옥에 함께 갇혀있던 예수회의 헨리 플로이드(Henry Floyd) 신부 앞에서 예수회 서원 양식을 쓰고 서명함으로써 예수회원이 되었다. 그는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1602년 4월 20일에 타이번(Tyburn)으로 끌려가 다른 두 명의 사제와 함께 교수형과 극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복자 프란치스코 페이지 신부는 1929년 12월 15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순교한 날인 4월 20일에 축일을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교회의 새 전례력이 교황청에서 승인된 후에는 1970년 10월 25일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시성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40위 순교자’(The Forty Martyrs of England and Wales)와 종교개혁 시대에 순교한 모든 복자 · 성인들이 ‘영국의 순교자’(The English Martyrs)라는 이름으로 5월 4일 전례 안에서 기념하게 되면서 복자 프란치스코 페이지 또한 그날 함께 축일을 기념하게 되었다. 이날은 종교개혁 시대 영국에서 순교한 영국 성공회의 순교자와 성인들의 기념일과 같은 날이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4월 20일 목록에서 예수회의 복자 프란치스코 페이지 신부와 겨우 한 달 전에 사제품을 받은 복자 로베르토 왓킨슨(Robertus Watkinson) 신부가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때에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런던의 타이번으로 끌려가 교수형으로 순교했다고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