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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II: AI와 교회 (9) AI로 인해 교회가 받을 도전과 교회의 대응 방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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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AI와 교회 (9 · 끝) AI로 인해 교회가 받을 도전과 교회의 대응 방안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이 인간의 ‘영혼’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알파고 리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서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와 같이, AI는 사람들의 마음을 (나쁜 의미로) 현혹하기에 충분히 강렬한 매력과 장점이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발전해 가는 AI는 여러 과학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두각을 드러낼 것이고, 고유의 이해력과 이성적 판단 능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AI는 인간이 창조해 낸 최고의 창조물로서 모든 이들에게 앞으로도 오랫동안 추앙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이 AI가 본격적으로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과학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유물론적 과학주의에 현혹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AI 시대에 받게 될 교회의 도전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로 인해 인간은 우리 자신보다 더욱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인간과 거의 유사한 AI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교회에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창조주 하느님을 굳이 믿어야만 하는가요?”
그리고 질문은 계속될 것입니다. “인간은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 왜 우리는 수백 년, 수천 년 전 조상들의 관점에 따라서 하느님을 믿고, 그분 가르침과 계명을 무조건 수용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교리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가요?” “비록 나의 육신은 때가 되어 노화를 통해 죽게 되더라도, 나의 기억 전부를 전기 신호를 통해 AI에 입력하게 되면, 나는 사실상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죽음 이후의 내세 교리, 종말 교리가 과연 우리에게 유효하게 남을 것인가요?” “이러한 AI 시대에서 ‘모든 이들을 위한 대신 속죄’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라는 개념,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교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교리를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질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AI 그 자체가 교회의 교의나 제도 등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선 질문들에 대해 교회가 구체적인 응답을 적절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결국 AI의 발전에 비례하게 무신론적 과학주의를 추종하면서 신앙과 종교적 감각을 잃어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AI 시대에 겪게 될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도래로 인해 교회가 받게 될 가장 심각한 도전은 바로 ‘AI가 발전하는 만큼 사람들이 무신론적 과학주의를 추종하면서 신앙과 종교적 감각을 잃어가는 것’임을 우리는 살펴보았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을 키워온 무신론적 과학주의에 대해 교회가 만에 하나 ‘교회 고유 가르침의 지속적인 강조’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와 함께 대단히 빠른 시간 안에 권위를 잃고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것입니다. 현재 교회가 가장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은 AI 그 자체보다는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점점 힘을 얻어가게 될 ‘무신론적 과학주의’라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교회가 무신론적 과학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적절하게 준비해야만 하는 시점이 코앞에 다다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교회의 적절한 응답과 결단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교회는 어떤 식으로 AI 시대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요?
과학주의를 태동시킨 자연과학은 그 대상이 원자이든, 박테리아이든, 천체이든 궁극적으로 ‘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물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교회는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사의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18세기에 태동해 현재 자연과학으로 발전한 ‘계몽주의 과학’ 및 19세기에 크게 발전한 진화론이 인간을 물질로 보는 유물론적인 입장에 따라 출발한 점을 우리는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우리가 살펴본 여러 질문에는 그 밑바탕에 ‘인간이 오직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유물론적 사고가 드러나지 않게 깔려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죽음 이후 육신과 분리되는 불멸의 존재인 ‘영혼’이 인간에게 있다는 점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교회에 의해 강조되어야만 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진 ‘인간’은 육체적이며 동시에 영적인 존재이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는 성경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전체적인 인간을 원하신 것이다.
영혼이라는 말은 성경에서 종종 인간의 생명이나 인격 전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말은 또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것,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특히 인간은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영혼’은 인간의 영적 근원을 가리킨다. … 육체와 영혼으로 단일체를 이루는 인간은 그 육체적 조건을 통하여 물질세계의 요소들을 자기 자신 안에 모으고 있다. … 영혼과 육체의 단일성은 영혼을 육체의 ‘형상’으로 생각해야 할 만큼 심오하다. 말하자면 물질로 구성된 육체가 인간 육체로서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영혼 때문이다. 인간 안의 정신과 물질은 결합된 두 개의 본성이 아니라, 그 둘의 결합으로 하나의 단일한 본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교회는 각 사람의 영혼이 - 부모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하셨고, 불멸한다고 가르친다. 죽음으로 육체와 분리되어도 영혼은 없어지지 않으며, 부활 때 육체와 다시 결합될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362-366항)
바로 이 영혼이라는 형이상학적 존재에 대한 적절한 가르침이 교회에 의해 주어지고 기존의 신학적 인간학의 핵심 내용이 지속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교회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이제부터 영혼을 비롯한 여러 형이상학적 개념과 교회의 여러 교리들을 과학주의의 영향 아래에 있는 일반인들에게 적절한 개념과 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새로운 교리교수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AI 시대의 도래에 따른 교회의 가장 중요한 대응 방안이 될 것입니다.
※ 그동안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를 집필해주신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김도현(바오로)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17일,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0 5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