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사순 2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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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3-10 ㅣ No.294

사순 제 2 주일 (다해)

 

        창세기 15,5-12.17-18      필립 3,17-4,1       루가 9,28ㄴ-36

    2001. 3. 11.

주제 : 사람이 겪는 고통의 끝

 

여러분이나 제가 사는 생활은 .........

 

세상이 힘들 때, 우리는 내가 지금 여기서 겪고 있는 고통과 희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리고 이 역경이 어떤 모양으로 끝맺을 것인지 질문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의 질문에 속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집이 하도 세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기에 속에서 조용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 세상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을 갖기란 우리의 마음이 신앙으로 완벽하게 무장돼 있거나 정신박약자처럼 넋 놓고 살지 않는다면 체험하기 힘든 일입니다.

 

사순절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예수님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때입니다.  그렇게 삶에서 겪는 힘든 일들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보여주는 것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특별히 선택한 세 명의 제자와 산으로 올라갑니다. 산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었으며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곳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곳에서 당신이 선택한 세 명의 제자에게 고통이 끝나면 다가올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그 놀라운 일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베드로는 엉겁결에 초막 집을 마련해서 이 자리에서 우리끼리 살았으면 좋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합니다. 욕심입니다. 이런 체험은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만, 차이나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감탄의 소리를 쉽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무뎌져서 그런 탓도 있을 것이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탓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생활은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성서의 증언입니다. 하지만, 신앙인으로 살겠다고 하면서도 마치도 고통으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맞이해야 할 하느님의 영광대신 우리 생각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그 현실을 변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응답은 아주 필요한 일입니다.

 

아브람은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고향과 친척을 떠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소리에 따라 길을 나섰으면서도 불안해하는 아브람을 위로하고자 하느님은 가끔씩 축복의 말씀을 남기십니다. 그렇지만, 아브람이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느님과 아브람이 주고받는 말씀이 오늘 첫 번째 독서의 내용입니다. "하느님, 외람되고 죄송합니다만, 제가 당신의 말씀대로 이 땅을 차지하게 되리라는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하느님을 향한 아브람의 요청이었습니다. 이 요청에 대해 하느님은 그가 원하는 답을 곧바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해야 할 일을 지정하십니다. 그 일을 통해서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좀 더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이렇게 물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감히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느님을 위하는 척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 내 머리로 계산할 수 있는 일만을 앞세우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과학을 확실한 것으로 앞세우고 그 가치를 더 먼저 생각하는 세상에서 '하느님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분이 말씀하시는 뜻은 이러저러한 것'이라고 말하는 일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전혀 어리석지 않은 똘똘한 정신으로 살겠노라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은 모두 신앙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하느님의 영광을 먼저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인지 돌아보는 일은 아주 쉬운 일 중의 한가지입니다.

 

우리에게 고통의 끝이 영광이라고 예수님은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이 어렵사리 알려주시는 변화를 올바로 알아듣고 그 의미를 내 생활로 실천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삶에서 실망하지 않고 사는 일도 더 없이 필요한 일의 한가지입니다.

 

잠시, 나는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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