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부활 3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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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04-27 ㅣ No.321

부활 제 3주일 강론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제관으로 들어가려는데, 건회와 진성이가 성당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왜 뛸까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 보았습니다. 두 친구는 성당 버스를 놓쳐 집에서 성당까지 뛰어왔다고 합니다.

 

 두 아이의 집은 장현리이고, 장현리는 차로도 15분은 가야되는 거리입니다.  3시간 30분을 뛰어서 성당에 도착한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찡해집니다.

 

 건회는 현지라는 동생이 있고, 진성이는 민정이라는 누나가 있습니다. 현지와 민정이는 뛸 수가 없어서 장현리에 있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은 어쩔 수 없어 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건회와 진성이랑 성당차로 장현리 건회의 집으로 갔습니다. 두 아이들이 저를 보고 너무 반가워합니다. 우리는 함께 성당으로 왔고, 아이들은 2시 30분 군종미사 참례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저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작은 불편도 참지 못하고, 나의 이익을 생각하며, 신앙보다는 체면과 자존심을 먼저 생각하는 저에게 두 아이가 부활을 신앙으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며칠 전 밤에 비가 왔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습니다. 간밤에 분 바람에  마당에 있던 화분이 두개나 쓰러져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둘 다 큰 화분이었고, 큰 화분에 가려 있던 작은 화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바람에도 끄덕하지 않고 서 있는 작은 화분을 봅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재능과 학식, 명예와 권력만을 믿는다면 우리 삶 속의 비바람을 다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큰 화분처럼 쉽게 쓰러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의 능력과 재능보다는, 나의 권력과 욕심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고 생각한다면 어떤 어려움에도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작은 화분처럼 삶의 어려움과 괴로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며칠전 한 교우 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신부님 그런 말은 성당에서나 통합니다. 세상은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전쟁!" 성당에서의 가르침대로 산다면 도저히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고, 성당에서 가르치는 그런 말은 적당히 마음에만 새기고 세상에 나가면 세상의 법칙에 따라 우선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그런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신앙을 이렇게 2가지로 편리하게 나누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성당에서는 경건하게 기도하고 나누지만, 세상에 나가면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경쟁으로 양심과 사랑은 팽개치는 그런 신앙 생활이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닌지 말입니다.

 

  하긴 우리가 사도들의 으뜸이라고 하던 베드로도 그런 적이 있었죠! "당신은 살아있는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주님께서 가시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또 이런 말을 했지요. "난 저분이 누군지 모릅니다.! 글세 모른다니까요! 왜 그러세요!"

 

  하지만 저는 오늘 베드로에게서 한가지를 배웁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지녔던 이중적인 신앙태도를 뉘우치고, 주님의 발 앞에 엎드려 고백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저 베드로나 유다처럼 이중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런지도 모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부족한 모습 그대로의 우리들을 사랑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바로 주님의 말씀을 따르느냐 아니면 또 다시 주님 곁을 떠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겠습니까! 아니면 빈배를 저어 뭍으로 나오겠습니까!

 

 햇볕조차 충분히 받지 못하던 마당 한귀퉁이 작은 화분이,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진성이가 저에게 어디로 가야, 주님 부활의 참된 기쁨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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