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18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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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8-03 ㅣ No.339

연중 18 주일 (다해)

 

        전도서 1,2;2,21-23      골로사이 3,1-5.9-11     루가 12,13-21

    2001. 8. 5.

 

주제 :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헛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안녕하십니까?

지난주간까지 무던히도 비가 내렸습니다. 그렇게 비 오는 동안 초등부,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의 행사도 별 탈 없이 잘 마치고 우리는 다시 한 주간의 첫날에 주님 앞에 나와 앉았습니다. 하늘의 상황은 비가 오거나 맑거나 하는 차이뿐이고, 그것 이외의 겉모습의 변화는 별 차이 없는데 우리의 마음은 자연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따르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항상 같은 것이기는 힘들지만, 그 이유는 세상의 모습 차이보다는 우리가 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할 것입니다. 지난주일 학생미사 후에는 미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좀 더 나은 모습을 갖게 하고자 혼을 냈습니다. 그래놓고도 캠프기간동안에는 그들이 만든 음식을 먹었습니다. 혼내는 사람이 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도 했습니다만, 사람의 생활은 늘 그런 일의 연속입니다.

 

오늘은 장마도 그치고 본격적인 휴가철의 한가운데에 있는 8월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항상 같은 입장이기는 합니다만, 짜증내기 쉬운 주일에 어떻게 지내야 효과적인지는 딴 사람이 알려주지 않아도 잘 아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늘 안타까운 것은 남이 알려주면 도움이 되는 일도 내가 생각해서 하려면 왠지 모르게 계속할 끈기를 오래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죠?

 

우리가 삶에서 그 시선을 올바르게 갖고 있으면 첫 번째 독서 전도서를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실망의 시각을 바꿀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정말로 헛되고 무의미해서 매일을 지내는 힘을 발견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전 아무리 봐도 요즘 세상이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때 느끼는 답답한 마음은 전도서에 나오는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라고 선언하는 설교자의 외침은 우리가 마음을 모아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선언이기도합니다.  요즘 텔레비전 사극으로 나오는 '홍국영'도 1770년대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내용이고,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소설책 '상도(常道)'에도 어지러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실패한 혁명 홍경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을 자기 힘으로 바꿔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입장보다는 사람의 생각을 앞세우기에 '지금의 세상에서는 힘을 얻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개혁의 소리를 두려워합니다. 개혁을 미루기에 우리가 얻게되는 것은 몇 사람 특수한 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막심한 고생'뿐입니다. 변화의 적절한 시간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내는 지금의 세상도 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이런 모습으로 바뀐 데에는 건전하지 못한 욕망들이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편리만을 생각하여 다른 사람들은 아예 무시하는 세상,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여 하느님 세계를 소홀히 하고 거기에서 마음이 멀어졌기에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그런 모습중의 한가지가 오늘 복음에 나옵니다. 그 대표적인 문제는 누구나 필요하다고 큰소리칠만한 재산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람의 세계에서는 돈이 없으면 아무 일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입니다.  성당을 지으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고, 우리가 소속된 본당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해도 돈은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차마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 이론은 무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느님보다는 인간적인 것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내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참으로 좋은 말이고 아름다운 말이며, 그 정도는 노래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정하든 무시하든 간에 영(靈)이 통하는 세상이 따로 있고 육(肉)이 통하는 세상이 따로 있는 법입니다.

 

영의 세상과 육의 세상 가운데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든지 그것은 우리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잘못 선택한 일들의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재산이 우리네 삶에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재산과 신앙을 대립시키면 우리의 삶은 종말을 향해 급행열차를 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헛되다'고 노래한 설교자의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결과를 만들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항상 좋은 길을 선택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그 선택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고, 우리네 삶에도 진정한 기쁨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청하는 한 주간의 첫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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