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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8: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 - 가르멜의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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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1 ㅣ No.674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8)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 ① 가르멜의 산길


하느님 향한 인간의 능동적 영적 여정 제시



성인이 「가르멜의 산길」 집필을 마친 그라나다를 대표하는 알함브라 궁전. 성인이 원장으로 있던 수도원은 알함브라 궁전의 입구에 위치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이 집필한 작품 중에는 「가르멜의 산길」과 「어두운 밤」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하느님과의 합일을 향한 인간의 영적 여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정화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르멜의 산길」은 인간이 수덕적인 노력을 통해서 정화되는 능동적 정화 과정에 대해, 「어두운 밤」은 인간 자신의 힘으로는 정화될 수 없는 부분을 하느님 친히 정화시켜 주시는 수동적 정화 과정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번 호를 통해서는 먼저 「가르멜의 산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작품의 유래

십자가 성 요한의 주요 작품인 「가르멜의 산길」은 ‘어두운 밤’이라는 시(詩)에 대한 신학적 해설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성인이 톨레도의 가르멜 수도원 감옥에서 인간적으로나 영적인 차원에서 깊은 어두운 밤을 체험하면서 또는 감옥에서 탈출한 직후 그 체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성인이 이 작품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578년에서 1580년 사이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엘 갈바리오와 바에사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성인은 그때부터 틈틈이 작품을 써내려갔습니다. 그리고 1582년에 그라나다 수도원으로 이전해서도 계속 집필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그러나 수도원 원장으로서 맡은 소임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 대한 영적 지도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그래서 자주 집필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결국, 성인은 1584년을 마지막으로 「가르멜의 산길」을 더 이상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본래 성인이 의도했던 전체적인 구도를 완성하지 못한 채 미완의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작품의 구조

「가르멜의 산길」은 크게 세 권으로 나뉩니다. 제1권은 15장, 제2권은 32장, 제3권은 4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 작품 전체를 통해 영혼이 하느님과의 순수한 사랑의 합일에 이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 과정 중에서 특히 인간이 노력해서 정화될 수 있는 단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인간의 노력이 주된 바탕을 이루고 있다 해서 성인은 이 단계를 ‘능동적인 밤’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능동적인 밤은 인간의 어느 부분이 정화되는가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인간의 영적인 부분이자 상층 부분인 영혼이 정화되는 ‘영의 밤’, 인간의 감각적인 부분이자 하위 부분인 영혼의 하위 부분과 육체가 정화되는 ‘감각의 밤’이 그것입니다.


작품의 제1권: 감각들의 정화

성인은 이러한 틀을 갖고 1권에서 영혼이 거쳐야 하는 ‘어두운 밤’의 의미를 설명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성인은 1권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위 부분에 속하는 ‘감각들’의 정화에 대해 다뤘습니다. 특히 성인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감각적 욕구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이며 그것이 무질서하게 방치될 경우 영혼에 어떤 해가 미치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욕구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느님을 향한 영적 여정에 큰 힘을 받는지에 대해 조언해 주었습니다.


작품의 제2권과 제3권: 지성, 기억, 의지의 정화

이어서 성인은 2권과 3권에서 영혼이 거쳐야 하는 능동적인 밤 가운데 영혼의 상층 부분에 속하는 지성, 기억, 의지를 어떻게 정화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성인에 따르면 영혼의 주요 능력인 지성, 기억, 의지는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향주삼덕인 신덕, 망덕, 애덕을 통해 정화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성인은 2권에서 지성이 어떻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정화되는지 설명했습니다.

반면, 3권에서 성인은 인간이 자신의 기억과 의지를 어떻게 정화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가운데 망덕과 애덕에 대해, 그리고 그 두 개의 덕이 각각 기억과 의지에 어떻게 작용해서 인간을 정화시키는지 설명했습니다.


제3권 후반부: 네 가지 감정들의 정화

이어서 성인은 3권 후반부를 시작으로 인간이 갖는 네 가지 대표적인 열정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성인이 말하는 ‘열정’을 오늘날의 용어로 표현하면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그런 인간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정화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그런 감정의 에너지들을 어떻게 하나로 모아 하느님을 향한 영적 여정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지 다양한 조언을 제시했습니다. 성인에 따르면, 인간에게 정화되어야 할 대표적인 네 가지 감정은 기쁨, 고통, 희망, 두려움입니다.

성인이 「가르멜의 산길」을 집필하면서 후반부에 쓰고자 했던 것은, 이 네 가지 감정을 하나씩 다루는 가운데 각각의 감정들을 어떻게 정화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성인은 1584년 그라나다에서의 집필을 마지막으로 「가르멜의 산길」을 더 이상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이 네 가지 감정 중에 오직 ‘기쁨’에 대한 정화만이 작품의 마지막에 소개되고 있을 뿐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3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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