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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73: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영성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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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21 ㅣ No.852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73)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영성 ⑥


성자의 ‘삶’을 따르면 성부의 ‘뜻’이 보인다

 

 

- 성부의 뜻을 매일의 양식으로 삼았던 예수님. 하인리히 호프만 작 ‘겟세마니의 예수’,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 소장.

 

 

‘완전한 영광의 찬미’인 그리스도

 

성녀 엘리사벳의 영성에는 삼위일체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지만, 그 이상으로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컨대 성녀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됐으며 그분은 강생을 통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셨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성부를 보여 주셨으며 어떻게 하면 그분의 마음에 들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리스도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이자 성화하는 분으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성녀 엘리사벳은 그리스도야말로 성부 하느님에 대한 ‘완전한 영광의 찬미’이며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이 지상의 여정을 통해 닮아야 할 모델이 되신다고 가르쳤습니다.

 

성녀는 복음서와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서 소개된 그리스도는 언제나 구원 역사의 중심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사도 바오로의 전망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자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 드리는 영광의 찬미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엘리사벳의 사랑에는 그리스도적인 색채가 배어 있으며, 역으로 그리스도에 대한 그의 사랑에는 삼위일체적인 색채가 배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녀는 우리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성부를 알 수 있으며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선물도 받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인 그리스도를 닮음

 

성녀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적은 흠숭하올 우리 스승님을 더욱 닮는 것이요 더 나아가 그분 안에 깊이 녹아드는 것입니다.… 이 죽을 육신 안에 내가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셨고 나를 위해 당신을 내어 주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아! 이 거룩한 모범을 공부하기로 합시다”(「믿음 안에서 천국」 28).

 

성녀는 우리가 이 목적을 이루려면 성부의 뜻을 온전히 이루신 그리스도, 우리의 스승이자 모범이신 그분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하며 그분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성녀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10장 5-7절을 인용하는 가운데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오직 ‘성부의 뜻’을 행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켰습니다. 예수께서 이 지상에서의 33년 여정 동안 매일 드셨던 음식, 그것은 다름 아닌 ‘성부의 뜻’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그 뜻을 이루심으로써 성부를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매일의 양식으로 삼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녀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이 빵을 사랑으로 먹도록 권고했습니다. 성녀 엘리사벳은, 성부께서 마련하신 잔을 예수께서 기꺼이 받아 드셨듯이, 우리 또한 삶의 일상 중에 찾아드는 모든 일을 침착함과 용기 중에 대면하는 가운데, 성부께 감사의 찬미가를 드리며 예수님과 함께 우리의 골고타 동산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럴 때 비로소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종국에는 그분과 일치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가 이 거룩하신 모델과 완전히 일치하게 될 때, 저는 그분 안에서 그분은 제 안에서 완전히 변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제 영원한 소명은 완성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이 때문에 시초에 저를 당신 안에서 선택하셨습니다”(「마지막 피정」 1).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게 하소서

 

또한 엘리사벳은 1904년 11월 21에 작성한 기도문인 ‘오, 나의 하느님, 흠숭하올 삼위일체시여’의 마지막에서 “예수님이 우리 안에서 당신의 모든 신비를 새롭게 이루실 수 있도록 우리가 그분의 또 다른 인성(人性)”이 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며 동시에 우리 역시 이 길을 걷도록 초대했습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작용을 통해 내적으로 변모되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성녀는 자신 안에서 그리스도가 새롭게 강생하시길 바랐으며, 동시에 자신을 통해 그리스도의 모든 신비가 쇄신되기를 바랐습니다.

 

“예수님의 또 다른 인성이 되는 것”, 한마디로 그것은 오늘 바로 이곳에서 우리가 또 다른 그리스도로 탄생하고 우리의 삶을 통해 그분의 파스카 신비를 재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영혼 안에 깊이 뿌리내리셔야 합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이 드린 기도의 중심에는 다음과 같은 염원이 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제 안에서 흠숭하올 분, 속죄주, 구세주로 자리 잡으실 수 있도록 그분께 청했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11월 20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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