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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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시시콜콜 모든 것 물어보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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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8-17 ㅣ No.220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시시콜콜 모든 것 물어보는 친구

 

 

궁금해요 : 저는 4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늘 제게 모든 것을 묻는 친구 때문에 고민입니다. 성당에서 만난 친구인데 저만 만나면 일상의 작은 것에서부터 큰일까지 모든 것을 저에게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직장을 바꿔야 할까?”, “레지오 활동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는 어느 학교에 보내야 할까?”. 그러지 말라고 해도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어울리려 하지 않기에 저까지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아 들어주다가도 힘이 들면 저도 짜증을 내곤 합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답입니다 : 제가 보기에 자매님의 친구분은 누군가에 대한 의존도가 조금 높으신 것 같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 스스로 무엇인가를 결정 내리는 것에서 힘들어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분들은 그 불안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게 되는데 그들 가운데 한 분이 바로 자매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듣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매님처럼 힘겹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두 분 모두에게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 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묻고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것에,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에게 의견을 묻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두 분이 함께 맞물려 있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는 악순환으로부터 두 분 모두가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그 출발은 자매님께서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책, 신앙 등. 그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반대로 결핍이 생기게 되면 우리 삶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이미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께만 모든 것을 묻는 자녀의 모습, 삶의 지혜를 얻는 데에 책은 필요 없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지혜를 얻는 것에서의 건강함은 그 통로들이 다양하고 유연해지며 거기서 얻은 지혜들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에 더하여 저는 또 하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지혜의 통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건 바로 ‘경험’입니다. 선조들은 경험을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들로부터 지혜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경험은 그보다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경험은 단순히 살아온 흔적을 넘어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신 곳’, 곧 ‘계시’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찾고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지혜는 일상에서 행하는 ‘올바른 성찰’을 통해 얻게 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의 그 성찰 능력이 오늘날 즉각적으로 답을 주는 정보화의 시대 속에서 위기에 빠진 것 같아 보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뜻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 능력들을 잘 보존하고 키워나가는 것 역시 신앙생활이 아닐까 합니다. 

 

자매님, 친구분이 질문하셨을 때 곧바로 답변을 주려는 것을 피하십시오. 답변 대신에 오히려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또는 “옛날에는 어떻게 했었니?”, “남들은 어떻게들 한데?”,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들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이 두 분 모두에게 익숙해지셔야 하니 힘이 드는 여정이 되실 것입니다. 자매님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답변의 기회를 빼앗기보다는 그것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도움을 주시는 친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17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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