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신앙과 심리: 모성의 대물림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18 ㅣ No.272

[신앙과 심리] 모성의 대물림

 

 

C자매는 중3인 딸이 성적이 하위권이고 교우관계도 없으며 집에서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고 청소년센터에 상담을 신청하였다. 딸과 상담을 하다가 엄마에게도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우리에게 부모 상담을 의뢰하였다. 

 

40대인 그녀는 160cm 정도의 보통 체격으로 큼직한 이목구비에 건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부은 듯한 얼굴과 졸리고 귀찮다는 표정에서 삶의 피로도가 많이 느껴졌다. 딸은 그녀 삶의 이유이자 유일한 희망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쉼 없이 잔소리를 하며 자기의 불안을 투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딸이 얼마나 못되고 남편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토로하며 자신이 받고 있는 고통을 말했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없었다. 시댁과도 인연을 끊은 지 10여년 되었다고 했다. 시아버지(80)는 말이 어눌하고 무관심하고 시어머니(70)는 성격이 강하고 재산을 많이 모아 논밭이 있어 살만 한데 아들(남편)을 멀리하고 딸들을 편애하고 있다. 

 

친정아버지는 직업군인으로 술, 여자, 도박을 좋아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다가 내담자가 중 2때 간경화로 돌아가셨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병수발을 하였고 농사일을 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어린나이에 일찍부터 가사를 전담하였다. 오빠 둘과 여동생, 4남매를 키우신 엄마는 힘들면 내담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화를 많이 내셨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부모들만 아이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일상의 지친 마음으로 딸에게 비난하고 꾸짖고 창피주고 낙인찍고 위협하는 동안 그녀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 갔다.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거부당하며 자라면 자기애를 갖기 어렵다. 자신은 못나고 형편없고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내면화한다. 심한 자기불신과 열등감을 지니고 있어 타인에 집착하고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한다. 그녀의 연애사건과 동거생활이 불행하게 끝난 것도 그녀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상황이 닥치거나 가벼운 비난과 공격을 받으면 발끈하여 상대를 공격한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자기애를 타인을 통해 손에 놓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 사랑의 결핍은 결혼 후 그녀의 삶을 전투적으로 만들었다. 

 

남편과는 학교동창이고 집안도 잘 알고 해서 3번 만나고 결혼하였다. 결혼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 하나 바라고 한 결혼이나 결과적으로 보아 남편도 부모에게 거부당한 사람으로 기대했던 시부모의 경제적인 지원도 없었다. 

 

두 번째 만난 상담에서 그녀는 어제도 소리 지르며 살림을 부수고 했다는데 남편과 딸은 왜 그러는지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화가 난다고 하였다. 만성 관절염, 두통, 최근 4개월간 지속된 하혈 등으로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녀가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딸이 매우 잘 자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억울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표현하고 개방하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난 이후다. 악화된 건강을 찾도록 생활지침에 초점을 맞추었고 모성경험을 하도록 안아주고 지지하고 눈을 맞추어 함께 대화하였다. 그녀는 점차 딸의 변화를 말하고 남편과의 관계 변화를 경험하고 좋아하였는데 정작 그것이 바로 자신이 변한 것임을 자각하지 못하였다. 

 

상담은 비밀보장을 전제로 하는 활동이기에 실제로 다른 상담자가 가족을 상담할 경우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정보가 필요한 경우 내담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대체로 내담자의 말을 통하여 가족을 이해하고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중에 상담 성과에 대한 기관회의를 하며 사례 검토를 하며 청소년 상담사의 상담내용을 본 후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녀의 딸은 교우관계도, 학교성적도 매우 바람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영어를 비롯한 학과목의 점수가 우수하였고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엄마가 딸을 힘들게 했던 것이다. 마치 그녀의 엄마가 최선을 다한 자신을 학대하였듯이…. 그녀의 태도는 엄마가 자신에게 한 것이고 자신이 딸을 비난하기 위하여 딸은 성적도, 교우관계도 그리고 엄마와 대화하는 것도 모두 부정적으로 봤던 것이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딸에게 그녀의 모성이 대물림되는가? 그렇다면 대물림을 끊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하여 독서, 교육이나 상담 그리고 영성적인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을 제안한다. 마음의 상처가 크다면 경험적인 자기변화를 위하여 상담을 권유하고 싶다. 그녀는 원래 자기애가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어린 시절 불행한 경험들의 결과일 뿐이다. 내면의 ‘방해꾼’을 알아차려 “이제 그만해”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찾고 자신에게, 딸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하는 비난을 멈추면 서서히 자기애와 자존감이 회복할 수 있다. 그녀는 상담을 마치면서 ‘건강을 찾아 일도 하고 싶고 친구도 사귀고 싶고 밝게 살고 싶다’며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새 삶에 의욕을 보이고 딸의 건강한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아버지(어머니)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콜로 3,21).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9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1,98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