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윤리 관점에서 바라본 인공지능 |
---|
생명윤리 관점에서 바라본 인공지능 인간 도구화 벗어나 인간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 인공지능은 인간의 실생활을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해주지만, 인간을 도구화함으로써 인간존엄성이 침해될 수 있기에 새로운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생명윤리 관점에서 바라본 논문이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생명윤리학과 생명윤리학 전공 하영숙(베로니카·56·서울 도곡동본당) 박사의 ‘인공지능이 인간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이다. 가톨릭 정신에 바탕을 둔 가톨릭대 대학원에서도 인공지능을 생명윤리 차원에서 고찰한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기술만능주의 속에서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봐야 할지 하 박사의 논문을 통해 알아 봤다. 더불어 인공지능을 생명윤리 관점에서 바라본 계기 등에 대해 하 박사를 만나 들었다.
“새로운 윤리의식 필요”
“새로운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하영숙 박사는 논문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인간존엄성의 가치를 상기시켜 주고 인공지능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는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 박사는 인공지능에 대해 ‘인간의 정신 능력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컴퓨터 기술로 기계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인공지능은 소수에 의한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전인적·인격주의 생명윤리 관점에서 개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박사가 새로운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인간에 대해 지나친 ‘기능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기술에 대해서는 책임윤리의식이 부족하다고 봐서다. 하 박사는 인공지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 즉 인공지능 연구자와 개발자·사용자 등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을 도구화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능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지 않고 수단으로 바라보는 비윤리적인 태도라면서 기능주의적 태도와 기술지상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간존엄성 위기 불러”
하 박사는 새로운 윤리의식을 갖추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인간존엄성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실생활을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해주지만,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고, 경제적인 논리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소수가 이익을 독차지하는 심한 사회 불균형을 초래한다”면서다.
하 박사는 “인간이 다른 인간이나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위험에 놓일 수 있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철학적·사회적 문제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간존엄성의 위기를 ‘킬러로봇’(Killer Robot)과 ‘수술로봇’, ‘성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활용사례들을 들어 말했다.
이 사례들 중에서도 “킬러로봇은 인간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가장 많이 훼손한다”면서 “군사용 로봇의 한 종류인 킬러로봇은 인간생명을 직접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완전 자율살상무기로서, 인간의 개입 없이 표적을 스스로 선정하고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 박사는 성로봇에 대해서도 “왜곡된 자유주의와 몸의 도구화를 통해 몸의 소외 현상이 발생되면서 인간존엄성이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존재론적 인격주의’ 관점에서 봐야”
때문에 하 박사는 인간을 기능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는 태도에서 탈피하고,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책임윤리 의식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차원의 윤리의식은 ‘존재론적 인격주의’ 관점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존재론적 인격주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이 그가 수행하는 지성적인 기능이나 자기 결정성을 포함한 특정한 기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주의로, 이 관점에서는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단일체로 구성돼 있고,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해야 하는 인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존엄성은 어느 때, 어느 장소를 불문하고 훼손되면 안 된다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하 박사는 이러한 존재론적 인격주의 관점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의 기쁨」에서 말한 식별·동반·통합의 용어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 개인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식별’하고 ▲ 사회는 인공지능 기술을 공동체적 형제애와 생명보호 정책 강화와 ‘동반’해 개발해야 하고 ▲ 개인적 식별과 사회적 동반은 일회성이 아니라, 인간 삶속에서 ‘통합’적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에 ‘인공지능 생명윤리 위원회’를 설치하고 종교는 ‘사랑’이라는 가치를 사회에 공유하는 등 관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에 대한 생명윤리 원칙’ 필요
하 박사는 식별·동반·통합의 측면에서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 인간은 자신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가치와 자율성으로만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를 추구하면 안 된다. ▲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사회성과 연대성의 원리에 입각해 공동체적인 형제애임을 인식하는 책임의식이다. ▲ 인간생명과 인격은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기본적으로 보호돼야 할 개인적·사회적 가치이며, 모든 사람이 누리고 보장받아야 할 공동선이다. ▲ 인공지능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기계와는 차별이 되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품성이다. ▲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정착하고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간존엄성을 대전제로 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생명윤리 원칙’(표 참고)의 실천이 필요하다.” 등 다섯 가지다.
하 박사는 새로운 윤리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인격적인 인간존엄의 존중에 바탕을 둔 생명윤리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하면서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인성 중심’의 교육을 강조했다.
[인터뷰] ‘인공지능… 생명윤리적 고찰’ 논문 쓴 하영숙 박사 - “이제 생명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죠”
“생명경시 풍조 속에서 모든 사안을 생명윤리 측면에서 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7월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성의회관 501호에서 만난 하영숙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하 박사는 2014년 3월 생명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주부로만 살았다. 처음 생명에 대한 학습 열의를 가진 것은 가톨릭신문에 실린 생명대학원 안내문을 우연히 보면서였다. 안내문에 적힌 ‘사랑, 지혜, 그리고 생명이신 하느님’이라는 문구가 무슨 의미일지 궁금했고, ‘구약시기에는 지혜, 신약시기에는 사랑, 현 시대에는 생명에 대한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뜻을 알고는 생명대학원을 다니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 박사는 이를 위해 홍콩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떠났던 해외 생활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부를 하면서 생명 존중에 대한 사명감이 커졌고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박사 논문 주제를 고심할 때 ‘알파고’가 세간의 화제였던 시기였다. 인공지능도 인간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인공지능을 인간존엄성, 생명윤리와 연결해 쓰기로 했다.
논문 통과까지 쉽지는 않았다. 하 박사는 ‘논문 재수’를 했다. 반 년 전에는 인간존엄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부족했다. 한 학기 더 공부하면서도 인공지능을 생명윤리 관점에서 바라본 참고 자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논문 작성에 애를 먹었다. 낙태나 안락사 등을 생명윤리 관점에서 본 자료들을 참고해 하 박사는 그 시각을 인공지능에 적용해 해석했다.
하 박사는 이제 생명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정주부로서 여러 공동체들에 생명의 중요성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 박사는 한 수녀의 소개로 북한이탈주민 대학생들에게 성윤리교육을 한 적이 있다면서 특히 북한 여성들의 성·생명 윤리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 자녀의 엄마인 하 박사는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가 염려된다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도 편리하긴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엄마의 자장가가 아니라 스피커를 통한 자장가, 엄마의 체온이 아니라 스피커에서 나오는 빛에 아이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에 세뇌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 박사는 이를 막기 위해 교회에서라도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을 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19년 7월 14일, 이소영 기자] 0 1,457 0 |